중국과의 관계 의식해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
고령층 백신 접종했더라도 효과 떨어지는 중국산 백신 다수
“중국과 홍콩 모두 최악의 코로나19 상황 직면”
홍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당국의 고강도 규제 정책에도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홍콩이 중국과 함께 당국이 끈질기게 고수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홍콩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13일 기준 3993명을 기록했다. 그중 4분의 3이 최근 12일간 사망한 것으로 7일 평균 신규 사망자 수는 284명에 달한다. 인구 100만 명당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를 사망률 기준으로 본다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일일 사망률을 놓고 봐도 한국의 10배, 싱가포르 23배, 뉴질랜드 23배 높아 아시아 다른 국가를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이제 유럽 국가마저 추월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FT는 지적했다. 14일 기준으로는 일일 사망자는 286명, 누적사망자는 4279명으로 더 늘어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 홍콩이 사실상 강력한 규제 정책에서 '위드 코로나'로 선회한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해 여름에 아시아국가로는 처음으로 규제를 완화했고, 뉴질랜드는 1월에 오미크론 확산세가 주춤해지자 규제 정책을 서서히 완화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음에도 홍콩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중국과의 관계때문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역은 봉쇄령을 내리고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인구 1750만 명을 자랑하는 중국 4대 도시 중 하나인 광둥성 선전시가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멈춰 섰고, 인구 800만을 거느린 지린성 창춘시는 지난주부터 봉쇄 중이다.
이와 관련해 FT는 80세 이상 고령 인구의 약 40%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중국도 코로나19로 이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월 초 기준 80세 이상 홍콩 시민의 69%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다. 반면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80세 이상 인구의 백신 미접종자 비율은 6%, 2%에 그쳤다.
오클랜드대학 역학 교수인 로드 잭슨은 "그간 공중보건 조치와 국경폐쇄 조치가 이뤄지긴 했지만, 백신 접종 만이 정상화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대 의대 학장인 가브리엘 렁 교수는 "홍콩은 일찍부터 백신에 대한 특권적인 접근이 가능해 본보기가 됐지만 정작 시민들이 백신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홍콩에 중국산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점도 코로나19 상황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FT는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고령의 홍콩 시민 31% 중 3분의 2 이상이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다고 전했다. 시노벡은 다른 백신에 비해 오미크론에 대한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