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시술로 실손보험금이 지급됐다면 보험사가 의사에게 직접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7일 A 보험사가 의사 B 씨를 상대로 낸 실손보험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A 사는 안정성, 유효성이 인정되기 전 맘모톰(Mammotome·진공흡입기 등을 이용한 유방 종양절제술) 시술 등 진료행위를 문제 삼아 B 씨에게 진료비 반환을 청구했다.
통상 보험사는 보험금을 받아간 환자에게 보험금 반환을 청구하고,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비를 반환해 달라고 해야 했다. 보험사가 직접 의사에게 진료비 반환을 청구하려면 환자의 재산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보험사가 환자의 무자력을 증명하지 않고도 의사를 상대로 직접 진료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또 안전성, 유효성이 인정되기 전의 맘모톰 시술이 적법한지도 문제가 됐다.
여하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채무자의 무자력 자체가 독자적인 요건이 되지 않더라도 채권자의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를 평가하는 요소로 고려되면 충분하다”며 무자력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수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의 경우 피보전권리와 피대위권리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어 무자력을 요건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보험사 측 김진영 광장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보험사는 환자를 상대로,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반환청구를 해야 하나 이 경우 수많은 소송이 예상되므로 보험사가 채권자대위권을 통해 환자의 무자력 유무와 무관하게 환자 대신 의사를 상대로 직접 진료비 반환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광현 정솔 변호사는 “맘모톰 절제술은 제도 외 임의비급여로서 허용될 수 없고 B 씨는 굳이 절제할 필요가 없는 병변에 대해 과잉진료로서 시술을 실시해 부당이득을 취득했으므로 채권자대위소송으로 이뤄진 원고 청구가 인용돼야 한다”고 했다.
의사 측 이형범 이산 변호사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원칙대로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인 환자의 무자력이 입증돼야 하므로 보험사의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반박했다.
맘모톰 절제술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예외적으로 임의비급여가 허용되는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은 의학적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갖추고 있으나 요양급여·비급여 목록이 의학의 진보를 따라오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목록에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을 회피하지 않은 가운데 긴급한 필요가 있고 환자의 충분한 동의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임의비급여를 허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한 것은 2020년 가수 조영남 씨의 그림 대작 사건 이후 두 번째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개변론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관련자들과 국민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보다 투명하게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