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민 수백 명이 대피 중인 학교 시설이 폭격당했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주민 약 400명이 대피한 예술학교 건물을 폭격했다"면서 "건물이 파괴돼 대피한 주민들이 잔해 아래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자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포위, 집중 폭격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주민들이 대피 중이던 극장 건물이 파괴된 바 있다. 극장 구조작업은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인해 난항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공습 후 극장에서 130여 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류드밀라 데니소바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 담당관은 "붕괴한 극장 건물 내부에 아직 130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피해자 모두가 생존할 수 있기를 기도하지만, 아직 이들에 대한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19일 촬영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극장은 거의 파괴된 상태이며, 주민들이 폭격 전 극장 앞뒤 바닥에 큰 글씨로 적어뒀던 러시아어 단어 '어린이들'이 여전히 보인다고 CNN이 전했다.
이와 함께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시민 수천 명을 러시아 지역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지난주 마리우폴의 리보베레즈니 지역 주민과 스포츠클럽 건물 등지에 대피해 있던 수천 명의 시민들을 체포해 러시아로 강제 이송했다"라며 "러시아군은 주민들을 캠프로 데려가 소지품 검사를 하고 나서 일부를 러시아 지역으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현재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포위한 채 집중 포격을 가하고 있으며, 탱크 등이 도심까지 진입해 우크라이나군과 격렬한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군이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병원과 교회, 아파트 등 민간 건물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했고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마리우폴에서 러시아의 맹렬한 공격을 막아냈지만, 어느덧 이곳 전세는 러시아군 쪽으로 기운 형국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이 도시 내부로 깊숙이 진격해 우크라이나군이 도시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포위 공격이 '전쟁 범죄'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면서 "이 평화로운 도시에 점령자들이 한 짓은 수 세기 동안 기억될 테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