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과 ‘GBP510’, 1000만회분 국내 공급 계약 체결
국내 기술로 개발된 1호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1일 질병관리청과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에 대한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계약 물량은 1000만회 접종분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 개발이 완료되면 질병관리청의 접종 계획에 따라 해당 물량을 순차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 공시에 따르면 질병청과의 계약금액은 2000억원이다. 이는 2020년 개별재무재표 기준 매출액 약 2256억원 대비 88.65%에 해당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GBP510’은 지난 2월말 투약이 종료됐으며, 자료 분석 등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관련 자료 분석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중 긴급사용승인 신청 허가서를 임상분석 결과에 따라 제출할 예정”이라며 “긴급사용승인 등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백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nstitute for Protein Design, IPD)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증강제(Adjuvant) 기술이 활용됐다.
회사 측은 “우리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공급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시대를 앞두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한국인까지 포함된 임상3상으로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하는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공급하는 기록을 쓰게 됐다.
회사 측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허가된 주요 5종의 코로나19 백신 중 2종(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을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위탁 생산해 공급한 데 이어 자체 백신까지 공급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GBP510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GBP510은 국제기구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의 ‘Wave2’(차세대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에 선정돼 총 2억1370만 달러(한화 약 2450억원)의 개발비를 지원받아 임상이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올 상반기 국내 품목허가와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허가, 해외 국가별 긴급사용허가 획득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속 승인을 위한 순차심사(Rolling Review) 서류가 영국 의약품 규제 당국(MHRA)에 제출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자체 개발한 GBP510의 공급으로 국내에 새로운 코로나 백신 선택권을 제공하고, 백신주권 확보로 글로벌 수급 변동성의 영향 없이 엔데믹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 정책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안정적인 공급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 국산 백신의 성공적인 세계화를 이끌 계획이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은 앞으로 2호, 3호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주춧돌 역할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은 임상3상 진행을 위한 대조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개발사들이 진행하는 비교임상 방식의 임상3상은 기존 허가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활용해 임상 데이터를 비교한 후 비열등성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을 대조백신으로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보건당국과 협의를 통해 개발이 완료된 GBP510을 대조백신으로 제공, 대한민국 백신 산업 발전과 글로벌 백신 허브로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의 추가 임상을 통한 접종 범위의 확대에도 나선다. 회사 측은 GBP510 임상 1/2상 참여자를 대상으로 6개월 후 GBP510을 추가 접종하는 자체 임상을 통해 부스터샷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있다. 또 국내에 기 허가된 다른 코로나19 백신으로 기본 접종을 완료한 성인을 대상으로 GBP510을 교차 투여하는 부스터샷 임상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반기 중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GBP510이 인플루엔자, B형간염, 자궁경부암 백신 등 기존 백신에서 장기간 활용되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합성항원’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의 접종을 유도하는 등 합성항원 백신만의 차별화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2∼8도의 냉장 유통과 장기 보관이 가능해 국내뿐 아니라 저개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백신 접종에도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GBP510은 SK의 기술력과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정부의 의지, 공공의 건강권을 위해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글로벌 기구들의 협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평가하고 “GBP510을 시작으로 다양한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에 대비하기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백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