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준비하던 부부들, 어리둥절
尹 측 "붙박이로 쓴다는 건 아니다"
'국격' 보여주는 영빈관 대안 없어
올 여름 결혼을 앞둔 현역 군인 A 씨는 식장으로 예약한 국방컨벤션 사용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가 아닌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외국 귀빈이 머무는 영빈관으로 국방컨벤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A 씨는 당장 다른 예식장을 알아봐야 하는 건지 고민에 빠졌다.
A 씨처럼 국방컨벤션 예식장에서 결혼을 앞둔 군 관계자들은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소식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윤 당선인이 영빈관 대용으로 국방컨벤션을 직접 언급하면서 걱정은 더 커졌다.
윤 당선인 측은 예비부부들이 국방컨벤션을 예식장으로 쓰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방컨벤션 역시 집무실 이전과 예식장 사용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영빈관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섣부른 결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이전으로 인한 영빈관 사용과 관련해 "1년에 몇 번 안 쓰인다고 그런다. 만약에 그런 걸 꼭 써야 하면 시민공원이나, 청와대 영빈관이나 본관, 물론 이 안에도 국방컨벤션 센터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언급한 국방컨벤션은 집무실 이전 시 사용되는 국방부 청사 부지 위쪽에 있다. 이곳은 군 관계자들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곳이지만, 윤 당선인의 의도에 따라 집무실이 옮겨지면 외국 귀빈을 모시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에 예비부부들은 불안해 하는 상황이다. 일부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집무실 이전에 따른 피해 상황이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단체 대화방 인원수는 30여명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 팀장을 맡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장은 국방컨벤션 사용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집무실 이전에 따른 영빈관 역할에 관해 "국방컨벤션도 필요하면 쓰고 전쟁기념관에도 그런 공간이 있지 않은가"라면서도 "필요하면 장소에 따라, 규모와 행사 성격에 따라 쓸 것이다. 붙박이로 쓴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비부부들이) 예약이 먼저 돼 있으면 우리는 다른 곳을 써야 한다"며 "그분들한테 피해 주면 안 되지 않는가"라고 부연했다.
김 전 본부장도 "영빈관이 (국방부 용지 내에 새로) 만들어질 때까진 우선 대용으로 (국방컨벤션을) 사용할 수도 있고 야외의 행사가 필요하면 국방부 청사 앞에 잔디밭을 이용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만들기 전까지 임시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예약하신 분이 걱정돼서 전화 문의를 했다는데 지금 예약된 식장 예식은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통보했다"며 "대통령실이 이쪽으로 온다 해서 예식 문제가 지장을 받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방컨벤션도 공지를 내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예식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국방컨벤션 홈페이지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계없이 국방컨벤션 웨딩은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공지가 개재됐다.
다만 영빈관 사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섣부르게 집무실 이전을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빈관이 외국 귀빈을 모시는 만큼, 청와대 기관 중 국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 질의를 통해 "상식적으로 볼 때 이런 엄청난 규모로 예산을 하려면 하루아침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라며 "(국방부 청사가) 대통령 집무실로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국격으로 볼 때 영빈관이 있는가 뭐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