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개인 투자자)가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이 판 종목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두 달 만에 개인 순매수 10위 종목으로 올랐다. LG엔솔이 공모가(30만 원) 근처까지 떨어지자 저가 매수 시점이라고 판단한 개미들이 ‘줍줍’에 나선 것이다. 반면 카카오는 개인 순매수 순위 2위에서 930위로 떨어졌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미들은 1월 LG엔솔 1조201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가 이달 들어 1890억 원 순매수했다. 1월 27일에 상장했기 때문에 3일 간 1조 원 넘게 판 것이다. 이 탓에 LG엔솔은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개인 순매수 순위 꼴찌(932위)를 기록했다. 이는 LG엔솔이 따상에(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상) 실패하고 주가가 내려가자 기업공개(IPO) 직후 차익을 챙기려는 개미들이 재빨리 매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미의 거센 매도세에 1월 59만7000원으로 시초가가 형성된 LG엔솔의 주가는 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상장 첫날 찍은 최고가 59만8000원은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이달 들어선 시초가의 절반 수준인 35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현재가 저가 매수의 적기라고 판단한 개미들은 팔았던 LG엔솔을 다시 담으며 이 종목은 개인 순매수 10위에 올랐다.
증권가에서도 LG엔솔의 성장을 고려했을 때 현재 주가는 낮게 책정돼 있다고 보고 있다. 목표 주가로 52만 원을 제시한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4년간 새롭게 증설되는 물량 250기가와트시(GWh) 중 절반이 넘는 160GWh가 미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현지에 진출하는 합작법인(JV) 구조”라며 “전기차 업황과 무관하게 매출의 가시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LG엔솔의 목표 주가는 50만5000원”이라며 “탈 탄소 흐름 속에서 획득한 셀 메이커들의 가격 협상력 및 미국 시장 선점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개인 순매수 1위 자리를 지킨 건 삼성전자였다. 1월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1조419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위(카카오, 1조2030억 원)와는 2000억 원 이상의 격차가 벌어졌다. 주당 8만 원대던 삼성전자가 6만 원대로 떨어지며 2월 들어 순매수 규모(7540억 원)는 주춤했지만, 이달(3조2720억 원) 들어 다시 커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해 2분기부터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개미들은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순매수 규모는 1월 810억에서 이달 2900억 원으로 늘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이후 낸드 가격 상승 반전이 기대된다”며 “D램의 업황 반등도 예상 대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순위 역주행한 LG엔솔과 달리 카카오는 2위에서 꼴찌(930위)로 떨어졌다. 같은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도 30위권에서 벗어났고, 플랫폼 기업으로 함께 묶이는 네이버 역시 3위에서 30위로 밀려났다. 카카오는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임원진 먹튀 논란 이후 주가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던 임원진들이 상장 1달 만에 주식을 매각하며 800억 원을 챙기자 기업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떄문이다. 다만 여전히 실적인 견고해 증권가에서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 부담이 컸으나 견조한 매출 성장이 확인(됐다)”이라며 “2022년에도 매출 고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한편 이달 회계조작 혐의를 벗은 셀트리온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 수혜주인 KB금융은 순매수 종목 30위권에 안착했다. 반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단계 전환 가능성이 커진 데 영향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된 HDC현대산업개발은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