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본동도 결국 철회 결정
도심복합 등 다른 사업 눈돌려
오 시장 취임 후 주관부서 폐지
"개발보다 골목길 보존에 치우쳐"
사업지 주민들 철회 요정 잇따라
서울시가 도시 재생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골목길 재생사업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사업 선정지구에서 철회 요청마저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도시 재생사업 주관부서였던 도시재생실도 폐지되면서 사실상 해당 사업에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균형발전정책과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본동 골목길 재생지역 선정철회 관련 검토보고를 열고 해당 지역을 골목길 재생사업에서 철회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성북구 성북5구역과 광진구 자양2구역에 이어 두 번째 사업 철회 사례다.
앞서 2020년 10월 23일 서울시는 영등포구 영등포본동 영신로9길 일대를 골목길 재생사업대상지로 선정했다. 사업비 11억 원을 들여 1만5400㎡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29일 이 일대가 포함된 도림·영등포동에서 공공재개발 정비사업을 신청하고, 영등포구가 설계용역 입찰공고를 취소하면서 지난해 2월 2일부터 골목길 재생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여기에 지난해 3월 31일 국토교통부는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선도사업’의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에 영등포구는 올해 1월 13일 이 일대 각종 개발사업으로 골목길 재생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서울시에 사업지 선정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골목길 재생사업이 먼저 추진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다른 정비사업들에 밀려난 셈이다.
현재 이 일대는 도심 복합사업 예정지구 지정을 위한 주민동의 절차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추진위원회 측에 따르면 현재 주민동의율은 63%로,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주민동의율 67%를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골목길 재생사업을 취소해 달라는 사례가 서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을 원하는 주민들이 골목길 재생사업을 반대해서다.
골목길 재생사업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한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로 진행한 것이다. 열악한 주거지를 재개발이나 재건축하는 대신 골목길 등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후 해당 사업이 지나치게 지역 보존에만 중점을 두면서 개발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업 주관부서였던 도시재생실을 6년 만에 폐지하고, 골목길 재생구역 선정철회 기준도 크게 낮췄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주민 요청에 따라 성북구 성북5구역과 광진구 자양2구역의 골목길 재생사업을 처음으로 철회시켰다. 해당 구역들은 현재 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상태다.
김희갑 서울시 균형발전정책과장은 “현재 민간 재개발이나 공공 재개발을 신청해서 골목길 재생사업이 중단된 곳이 4곳 더 있다”며 “(사업 철회를 위해선) 무엇보다 주민들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