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 가치 급락·인플레이션 매주 2% 안팎 상승
우회로에 제재 효과 제한적 지적도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전이었던 2월 중순까지 달러당 70루블(약 900원) 선이었던 루블 가치는 침공 후 급락하면서 달러당 150루블 선까지 치솟았다. 달러·루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루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서방사회가 지난달 26일 핵폭탄급 금융제재로 통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 결제망 퇴출을 결정한 것이 루블 가치 폭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곧바로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종전 9.5%에서 20%로 대폭 끌어올렸다. 또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를 금지하는 등 외환 유출 막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현재 달러·루블 환율은 100루블 안팎으로 소폭 안정을 찾은 모습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과 비교하면 루블 가치는 여전히 크게 낮다.
각국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의 절반가량이 동결된 상태로 이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국가의 제재로 약 64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3000억 달러 이상이 묶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통계국에 따르면 주간 인플레이션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매주 2% 안팎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물가는 이달 들어 5.38% 상승했다. 설탕에서부터 복사용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활용품 가격이 치솟았다. 침공 전까지 주간 인플레이션율은 1%대를 밑돌았다.
러시아는 제재에 맞대응하기 위해 23일 한국과 미국 등 비우호국들에 천연가스 판매 대금을 루블로 받겠다고 선언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의 요구는 기존의 계약들을 무시하는 조치라며 받아들이지 않기로 전날 합의했다.
서방 국가의 제재가 러시아의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고는 있지만, 러시아가 여러 방면으로 우회로를 찾고 있어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러시아가 케이맨 제도와 같은 조세 회피처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해외에 숨겨놓았을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가상자산(가상화폐)을 통한 제재 우회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상자산과 관련한 국제적인 규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러시아의 우회로를 어디까지 차단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