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민, 우크라 전쟁·코로나19·공급망 붕괴 ‘삼중고’에 생활고 직면

입력 2022-03-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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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금리인상 기조도 위기 부추겨
선거 앞둔 각국 지도자 역풍 맞을 수도

▲태국 방콕에서 21일 사람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방콕/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공급망 붕괴에 아시아 각국 주민이 생활고에 직면했다고 29일 일본 닛케이아시아가 진단했다.

미국 달러 강세와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아시아 주민이 생계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선거를 앞둔 각국 지도자들이 유권자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닛케이아시아는 경종을 울렸다.

일본·동남아 인플레에 고통…기업, 소비자에 비용 전가

일본 도쿄에서 30년째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한 시민은 ‘고객에게 맛있고 신선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신조를 지켜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그의 철학은 지금 시험받고 있다.

도쿄에서 5개 매장을 운영하는 이 슈퍼마켓 소유주는 “월 매출은 약 3억 엔(약 30억 원) 정도인데 현재 2% 인상에 해당하는 100만 엔의 추가 비용을 매월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데다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도매식품가격도 물류와 기타 비용이 치솟으면서 상승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업들이 최근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택시 운영업체 컴포트델그로는 이달 연료 가격이 10% 오른 것을 이유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요금을 인상했다.

태국에서는 가격도 저렴하고 널리 소비돼 인플레이션 지표로도 꼽히는 라면 브랜드 ‘마마’를 생산하는 타이프레지던트푸드가 제품 소매가격을 9% 올린다고 발표했다.

대만 커피체인들도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루이자커피는 40개 품목 가격을 인상했고 카마카페도 5년 만에 첫 인상을 앞두고 있다.

이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반영되고 있다. 태국의 2월 CPI 상승률은 5.28%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대만은 2월 상승률이 2.36%로 7개월 연속 인플레이션 기준으로 간주되는 2% 문턱을 넘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2월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4%가 인플레이션을 경제의 최대 위기로 꼽았다. 이는 지난해 12월 조사의 56%와 대조된다.

인플레에 주민 고통 한층 커져

급격한 물가 상승은 아시아 주민에게 깊은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태국의 한 툭툭이 운전기사는 “돼지고기와 계란 가격이 오르고 라면 등 싼 음식도 이제는 비싸다”고 한탄했다. 툭툭이는 오토바이에 2~3명을 태울 수 있는 좌석을 붙인 교통수단이다.

도쿄의 한 주부는 “전기요금과 가스비가 오르고 있다. 일상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걱정된다”며 “물가가 올라도 수입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어서 저가 매장에서 평소보다 더 적은 양으로 쇼핑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식량 공급과 향후 물가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러시아는 칼륨과 질산암모늄 등 비료의 주요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는 옥수수와 밀의 주요 공급국이다.

도쿄 인근의 한 토마토 재배 농부는 “일부 비료공급업체가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사료공장협회는 “사료 가격 상승이 가금류와 육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옥수수 가격이 작년보다 약 20%, 대두는 25% 각각 올랐다.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발등에 불’ 각국 정부, 감세 등 주민생활 지원 나서

여러 나라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집권 여당과 정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본은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치른다. 대만도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필리핀은 5월 총선이 있고 태국은 2023년 3월 이전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이에 각국은 지원책을 쏟아 부으며 유권자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일본은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20% 유류세 인하를 7월 말까지로 3개월 연장했다. 태국은 경유 가격 상한선을 리터당 30바트로 제한했다. 대만도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관세와 기타 세금 감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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