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장단기 금리 역전, 경기침체 우려 과도한 해석"
장단기 금리 역전 9번 중 5번은 오히려 S&P 상승
경기 침체 발생 시에도 평균 39주 시차 발생
미국 국고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경기 침체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으나 증권가는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2.39% 선에서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를 추월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첨예하던 2019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시장에선 단기 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현상을 경기 침체 리스크의 신호로 해석한다. 장기 국채가 원금 회수까지 더 오랜기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 국채보다 금리가 높게 형성되기 마련이나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기 이전인 2006~2007년 사이에도 금리 역전 현상이 감지된 바 있다.
증권가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해도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 등과는 조건과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엔 채권시장의 변동성 지수(MOVE)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주식시장 변동성도 동반 높아지고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며 “최근 채권시장의 변동성 지수는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지만 주식시장 변동성(VIX) 지수는 의외로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손호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 분석가들은 현재 채권 시장이 연준의 과도한 자산매입과 인플레이션, 전쟁, 팬데믹 등의 과거와 다른 재료들이 혼재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며 “최근 10 년물과 3 개월물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부분에서 미국 경제는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고, 고용과 소비가 견조함에 따라 경기침체에 대한 확신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경험적으로도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이 항상 경기침체로 이어지진 않았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과거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된 후 S&P500이 하락했던 사례는 총 9번 중 4번으로 파악된다. 절반에 못미치는 확률로 하락한 것으로, 오히려 절반은 상승한 셈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980년 이후 여섯 차례 경기 침체 이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반복됐지만 이는 높은 확률에 불과하고 경제 이론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로 단정해 실패한 사례도 다수”라고 전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은) 선행 지표로 활용되기 어려운 지표”라며 “오히려 통화정책 정상화 구간에서 단기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수익률 곡선 평탄화와 금리 인상과 경기의 선후행성을 감안한 당연한 결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설령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침체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 연구원은 “1965년 이후 최근까지 노이즈를 제외하고 10년물과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이 역전되었을 때 평균 39주의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며 “스프레드 역전 기간 내 주요지수별 기간 수익률을 살펴보더라도 미국의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우려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연준이 10년물과 2년물 금리 역전이 시장 예측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며 “시장 기대치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단기 선도 스프레드(금리차)와 크게 동떨어져 과도한 우려를 지양해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