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대감에 하반기 이후 다주택자 움직임 '본격화' 전망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인수위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를 다음 달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하면서 매물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을 꾀하려는 시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물이 나오긴 하겠지만, 집값 안정 효과가 큰 수도권 내 핵심지에선 매물이 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앞서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 등 집값 상승 기대감이 시장에 가득한 만큼 다주택자가 ‘버티기’에 돌입하거나, 수도권 ‘똘똘한 한 채’ 보유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인수위는 3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다음 달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주택자는 올해 17%대 공시가격 상승에도 사실상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동결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다주택자는 6월 이후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공시가격 인상분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이들의 퇴로를 열어주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지방과 수도권 외곽지역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조치로 지방에선 물량이 일부 나올 수 있다”며 “이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이므로 다주택자가 내놓을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똘똘한 한 채’ 보유 전략을 취하면서 서울에서 매물이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겠지만, 보유세 중과 시점인 6월이 코앞인 만큼 단기간 내 매물을 늘리진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다주택자 매물을 끌어내려면 ‘지금 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니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지금 굳이 팔아야 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이어 “다주택자 중과 시점이 6월인데 지금 당장 급매로 팔아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1년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니 올해 하반기까지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고 집을 팔거나 보유할지 결정할 것이다. 부동산 규제가 안 풀릴 것 같으면 내놓을 것이고, 규제 완화 조짐이 보이면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끝까지 보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주택자 매물 유도 정책의 최종 목표인 실수요자 수요 충족과 시장 안정을 위해선 현행 ‘임대차3법’을 함께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행 계약갱신청구권 기간(2+2년)을 줄이지 않으면 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에선 다주택자 보유분이 시장에 나와도 실거주자는 기존 세입자 때문에 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보다는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전면적인 세제개편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