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지급결제 시스템 SPFS 이용도 요청
인도, 원유 싸게 사고 수출품도 늘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인도에 우크라니아 전쟁 이전 가격보다 배럴당 35달러 싼 가격에 원유를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런 파격 제안으로 러시아는 올해 인도가 1500만 배럴의 원유를 구매해주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사안은 현재 인도와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구매 계약에는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 로즈네프트와 인도의 국영 정유회사인 인디안 오일이 참여하며 이례적인 계약 조건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가 경제적으로 이득일 때만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다는 내용이다. 높은 운임을 감당하고도 ‘남는 장사’가 될 정도로 할인을 해준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원유시장조사업체 반다인사이츠 설립자인 반다나 하리는 “그동안 인도의 러시아 석유 수입량은 매우 적었다”며 “인도 정제소가 많은 러시아산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측은 러시아 서부 발트해를 통한 운송에 어려움이 있어 극동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20일 내 인도 동부 정제소에 도착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또한 독자적 지급결제 시스템인 SPFS를 이용해 루피·루블로 대금을 결제해 줄 것도 인도에 요청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 인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사회가 러시아 은행 7곳을 스위프트(SWIFT·국제금융통신망)에서 배제한 가운데 우회 경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서방사회는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는 인도의 행보를 비판했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은 “올바른 역사에 서야 할 시간이다. 자유, 민주주의, 우크라이나 주권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과 함께해야 한다”며 “푸틴이 일으킨 전쟁에 자금을 지원해줄 때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댄 테한 호주 통상장관도 “2차 대전 이후 만들어낸 규칙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방사회의 요구에도 인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외교적 해결을 지지한다면서도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했다. 러시아를 비난한 적도 없다. 러시아산 무기 최대 수입국인 인도는 원유 구입으로 러시아를 측면에서 돕고 있다.
인도의 교묘한 줄타기에 주변국은 애가 탄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달 초 인도로 날아갔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회의를 가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를 나눴다.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 연합체) 균열을 노리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도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미국과 러시아, 쿼드와 중국 사이에서 인도가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