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에 배팅한 투자자들은 대형주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영향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까지, 지난 한 달 동안 휘몰아치는 메크로 폭풍 탓에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스팩주들만큼은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내며 버티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2주 동안 상장한 스팩주의 공모가 대비 현재 수익률은 △하나금융20호스팩(+18.00%) △엔에이치스팩21호(+15.25%) △IBKS제17호스팩(+13.00%) △대신밸런스제11호스팩(+10.00%) △에스케이증권7호스팩(+8.75%) △한국제10호스팩(+7.50%) △엔에이치스팩22호(+7.50%) △교보11호스팩(7.00%) △하나금융19호스팩(6.75%) △하이제7호스팩(6.25%) △유진스팩8호(+5.75%) △하나금융21호스팩(+6.00%) △DB금융스팩10호(5.75%) 등을 기록했다.
스팩주 상장 열풍 역시 지속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스팩기업이 인수기업 물색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빗나간 모습이다.
1분기 상장 스팩주는 △유진스팩8호 △에스케이증권7호스팩 △하나금융21호스팩 △한국제10호스팩 △IBKS제17호스팩 △디비금융스팩10호 등 6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4월 7일 키움제6호스팩 상장을 필두로 △미래에셋비전스팩1호 △신영스팩7호 △신한제9호스팩 △상상인제3호스팩 △교보12호스팩 △신한제10호스팩 △엔에이치스팩23호 △케이비제21호스팩 △하나금융22호스팩 등이 상장을 앞둔 상황이다.
스펙주는 합병에 실패한 채 해산되더라도 투자 원금이 보장된다.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비결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스팩주는 합병 과정에서 상장이 결렬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시세 조종에 악용될 수 있다. 작년 상반기와 다른 시장 분위기 탓에 전반적인 인수합병(M&A) 이벤트도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시장 전망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특히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이었던 2020년 ‘스팩 ETF’까지 등장할 정도로 투자 광풍이 불었지만 현재 상황은 그 초래한 말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상장한 미국의 스팩 ETF, 넥스트 젠 스팩 디라이브드 ETF(Defiance Next Gen SPAC Derived ETF)는 올해에만 18% 하락했으며 지난 12개월 동안 35% 가까이 급락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지난해 8월 출시한 KINDEX 미국스팩&IPO INDXX ETF 수익률 역시 -18.14%를 기록했다.
한편 해외 시장전문가는 금융당국의 스팩 규제가 보다 투자자에게 친화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8월 스팩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팔거나 나눠주는 신주인수권을 특정 상황에서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며 공정가치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회계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스팩 열풍이 냉랭하게 변한 결정적인 변곡점이었다.
케리 앤 설리번(Kerry Ann Sullivan) 버클리 리서치 그룹 자문 실무 책임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에는 스팩에 대한 수요가 뜨거웠고 매우 컸지만 현재는 확실한 침체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설리번은 “규제 당국이 스팩에 대해 더 신중한 견해를 유지하는 건 환영하는 일”이라며 “다만 스팩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편안함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