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점가에서는 여성 서사를 담은 세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첫 번째 책은 미국 예일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마농 가르시아가 쓴 ‘여성은 순종적으로 태어나지 않는다’이다. 지난달 15일 출간된 이 책은 ‘여성’과 ‘순종’의 상관관계를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특히,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이 젠더적 위계에 의해 어떻게 순종하고 굴종할 수밖에 없는지를 여성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철학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가르시아는 “여성의 순종은 복잡하다. 사회 구조에 의해 영향을 받긴 하나 개인적 층위에서 이루어지며, 우선적으로 일련의 사회 규범에 대한 순종임에도 대개는 개별적인 한 남성에 대한 순종”이라며 “순종은 절망적인 막다른 길로 여성을 데려가지만, 그래도 달콤할 수 있다”며 여성의 순종에 관한 딜레마를 지적한다.
두 번째 책은 지난달 25일에 출간된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이다. 이 책은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의 저자로 유명한 권혁란의 신간이다. 권혁란은 결혼 후 오직 ‘엄마’, ‘며느리’, ‘아내’로 명명되며 자신의 존재를 잃어가는 여성들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남성중심사회에 균열을 가하는 신랄한 페미니즘 서적들과 궤를 같이하는 책이다.
권혁란은 ‘집사람’, ‘안사람’ 등으로 규정되면서 여성을 주체적인 삶의 단독자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이중적 잣대를 꼬집는다. 특히 그는 ‘엄마=밥’으로 이어지는 도식을 비판하면서 “음식점 이름은 거의 다 엄마 역할을 했던 여자 사람을 전면에 세운다. 여자 얼굴은 다 밥그릇이다. 실제로 식당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람은 남자이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끝으로는 지난달 30일 출간된 ‘자기만의 산책’이다. 이 책은 영국 엣지힐대 영문학 강사로 재직 중인 케리 앤드류스가 썼다. 앤드류스는 “여성들에게 걷기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낭만주의 시대 엘리자베스 카터부터 현대의 리베카 솔닛에 이르기까지 걷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글을 쓴 여성 문인들의 발자취를 담았다.
엔드류스는 “여성 작가들은 걷기가 자신의 창작과 자아의식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발견했다”며 “여성들은 다르게 움직이고, 다른 걸 보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다르게 쓴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가 없다고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현재 서점가에는 ‘여성의 다시쓰기’, ‘비로소 벗어나는 당신에게’, ‘지역여성운동과 젠더정치’, ‘질 건강 매뉴얼’ 등 여성의 신체와 정신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출간됐다.
출판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여러 지표에서 선진국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여성인권 부분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일부에선 남성을 배제하고, 비난하기 위해 여성 서사를 다룬 도서를 출간하는 거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여성 권리에서 나아가 성평등 권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