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이 지난해 국내외 규제기관으로부터 받은 제재 건수가 2020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제재 금액도 50% 넘게 늘었다.
6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에 지난해 제재 현황을 공시한 2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제재 금액과 제재 건수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지난해 받은 제재 건수는 총 571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제재 건수는 2019년 526건에서 2020년 517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54건(10.4%) 증가했다. 제재 금액도 2019년 8632억 원에서 2020년 5889억 원까지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88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82억 원(50.6%) 늘며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규제 기관별로 보면 고용노동부의 제재 건수가 102건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제철과 포스코홀딩스 등이 포함된 철강 업종과 한일시멘트 등이 포함된 건설·건자재 업종이 주요 재제 대상이었다.
이어 수사·사법기관 제재가 87건, 금융감독당국과 지방자치단체·관청 제재가 각각 80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제재는 63건이었다.
제재 금액은 공정위가 3743억 원으로 전체 제재 금액의 42.2%를 차지했다. 2020년에도 제재 금액이 2611억 원으로 국내외 규제 기관 중 가장 많았던 공정위는 올해 제재 금액이 2020년보다 43.4%(1132억 원) 증가하며 2년 연속 1위로 집계됐다.
이어 국세청, 관세청 등 과세당국이 2727억 원(30.7%)으로 2위였고 해외규제기관 1629억 원(18.4%), 환경부 281억 원(3.2%), 금융감독당국 249억 원(2.8%) 순이었다.
기업별로는 LG화학의 제재 건수가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LG화학은 ‘근로자 정기안전교육 이수여부 미확인’ 등의 사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1억3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 지난해 총 2억1200만원의 제재를 받았다.
이어 현대중공업이 20건으로 2위였고, 포스코홀딩스 18건, GS칼텍스와 한화는 각각 17건이었다.
지난해 제재 받은 금액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중공업으로 1628억 원이었다. 호텔롯데(1541억 원)와 아시아나항공(1136억 원), 현대제철(1038억 원), 삼성전자(1012억 원) 등도 제재 금액이 1000억 원을 넘겨 상위권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은 해외규제기관에 대한 합의금 지불 영향으로 제재 금액이 2020년 36억 원 대비 45배 이상 늘었다. 삼성중공업은 2006~2007년 브라질 페트로브라스(Petrobras)에서 드릴십(원유 시추선) 3척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선박중개인의 위법 행위에 대해, 브라질 감사원·송무부·검찰과 합의서를 체결하고 합의금 약 1627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호텔롯데는 2018년 받은 세무조사와 관련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부과된 법인세 1541억 원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금호터미널 지분을 금호산업에 매각하면서 발생한 세금 등의 추징금 973억 원 영향으로 2020년 대비 제재 금액이 크게 늘었다.
또 현대제철은 철스크랩 구매 담합 행위 관련 공정위 과징금 910억 원이, 삼성전자는 삼성웰스토리 일감몰아주기 불공정거래 관련 공정위 과징금 1012억 원이 제재 금액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업종별로는 LG화학, GS칼텍스, 한화 등이 포함된 석유화학 부문의 제재 건수가 120건으로 압도적 1위였다. 철강(55건)과 건설·건자재(54건), 증권(47건), 조선·기계·설비(43건) 업종도 제재 건수 상위 업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