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반행위 종료일’은 상품 수거 등이 완료된 때”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SK케미칼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애경산업이 각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품 용기에 부당한 표시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각 과징금 3900만 원, 8800만 원 부과와 시정명령 등 처분을 했다.
이들은 “처분이 제척기간(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이 지나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이들의 주장대로 공정위의 조사 개시가 2011년 이뤄져 제척기간이 지났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조사개시일은 ‘위반행위 종료일’로 보는데 이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다.
2심제로 이뤄지는 공정위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제품 생산을 중단한 2011년 8월 31일 또는 기존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거하기 시작한 2011년 9월경 종료돼 2018년 3월 이뤄진 처분은 제척기간이 지나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상품을 수거하는 등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부당한 표시행위로 인한 위법상태가 계속되고, 그러한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를 ‘위반행위 종료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2011년 8월경 더는 제품을 생산·유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그 후로도 제품이 제3자에 의해 유통된 적이 있어서 이 사건 제품의 유통이 종료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2011년 12월 30일 제품 판매 등이 법적으로 금지됐다고 하더라도 표시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완료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2012년 이후에도 제품이 수거된 자료가 존재하고 2013년 3월 무렵에도 판매 목적으로 진열돼 있었던 자료가 존재하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조치가 2013년 3월 19일 이후 완료됐다면 그로부터 5년이 지나기 전인 2018년 3월 19일에 이뤄진 처분은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은 것이 된다”고 했다.
이어 “유통량과 유통방법, 제품 수거 등 조치의 내용과 정도, 소비자 피해에 대한 인식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조치가 언제 완료됐는지를 사회통념에 비춰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