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NFT(대체불가토큰) 시장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넘어 통신과 금융·산업까지 번지고 있다. 기업들의 NFT 판매는 여전히 주력 사업의 영속성과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지만, 확산세는 뚜렷하다. 향후 이를 활용한 ‘영토확장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활발하게 NFT 시장에 뛰어든 곳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공연과 아이템, 인적자원과 콘텐츠 등이 NFT 전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소통의 창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순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하이브와 SM·YG·JYP 등은 일찌감치 NFT 사업에 뛰어들었다.
통신사도 발 빠르게 NFT 발행에 속속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NFT 마켓플레이스를 선보이는 한편, 커뮤니티 기능과 아바타 플랫폼을 제공한다. KT는 NFT 전용 앱 ‘민클(MINCL)’을 앞세워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LG유플러스는 ‘아이돌라이브’에 NFT를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은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NFT를 발행 중이다. ‘금융’이라는 제도권 속에서 비제도권에 머무는 NFT 분야에 뛰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멀티에셋 디지털 지갑(Multi asset Digital Wallet)’의 시험 개발을 마쳤다. 이는 CBDC, 가상자산, NFT 등 디지털 자산의 충전, 송금, 결제 등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이보다 앞선 11월 국내 금융권 가운데 처음으로 ‘스테이블 코인’ 기반의 해외 송금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확산세가 거세지는 만큼, 제도권 유입을 위한 다양한 실험도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NFT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의 결제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의시험하고 있다. 6월까지 진행되는 2단계 연구에선 NFT를 포함해 디지털 자산 거래에 CBDC를 활용 가능한지 점검한다.
제도권 속 금융 분야가 모의시험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NFT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셈이다.
산업계도 다양한 NFT 발행에 속속 동참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 주력 사업과 연관되지 않지만, 디지털 자산의 확산이 자칫 결제와 송금 등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뉴질랜드 법인은 디지털 아티스트 스넉스(Snucks)와 함께 NFT를 발행했다. 이 작품은 NFT 전문 거래 플랫폼인 파운데이션에 공개됐다. 삼성은 외부 기업이 발행한 NFT를 마케팅에 활용한 적은 있었지만 해외 법인이 자체적으로 직접 발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지난달 국내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NFT를 발행했다. 디자인센터에서 자체 제작한 6개 작품을 NFT 유통 플랫폼에서 판매했다. 현대차 역시 커뮤니티 기반의 NFT 발행에 나섰다.
기아 관계자는 “NFT 발행으로 자동차 판매를 더 늘리거나 사업의 연장선에 있기보다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 고객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추이를 주시하는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심지어 전쟁터에서도 NFT는 존재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기부받은 NFT를 온라인으로 판매, 군수 자금을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기부받은 NFT를 판매할 홈페이지를 준비 중이다. 기부받은 NFT 가운데 가치를 인정받는 품목은 5∼10%에 불과한 상태. 다만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전쟁을 겪고 있는 처지에서 가릴 게 없는 상태다.
단순하게 기부를 받은 차원을 넘어 직접 NFT 판매에도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NFT를 발행, 최근까지 77만 달러(약 9억3000만 원)를 판매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