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지수, 미 연준 FOMC, 매파 금통위원 임기 만료 등 산적
이 총재는 전날 후보자 청문회에서 치솟는 물가와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다만 성장과의 균형에도 힘을 실으며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만큼, 금통위까지 남은 한 달간 경제 상황 및 각종 데이터가 금리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차기 총재는 21일 취임식을 하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인사청문회가 개최된 지 이틀 만이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이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새롭게 한은을 이끌게 된 이 총재는 약 한 달이 지난 5월 26일 첫 번째 통화정책 결정에 금통위 의장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금통위는 7인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이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장에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총재 없이 열린 지난달 14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금통위가 금리 0.25%포인트(p) 인상을 결정하면서, 이 총재로서는 다소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급격한 물가 상승 속도에 따라, 다음 달 연속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리 인상 결정의 가장 큰 변수는 다음 달 3일 발표될 4월 국내 소비자 물가 지수다.
3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었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도 3% 가까이(2.9%)를 기록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제외) 상승률은 광범위한 물가상승압력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9%를 기록했다.
4월 국내 소비자물가가 예측한 것보다 더 높게 나온다면 한은으로서는, 제1 정책 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총재는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통화정책을 조절해나가겠다고 했다. 물가 상승세보다 경기 약화 정도가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다면, 금리 인상은 한 차례 쉬어갈 수도 있다.
이미 각 기관은 우리나라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5%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한 2.8%에서 2.6%로 낮췄다. 한은도 5월에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 2월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높여 잡으면서도, 경제성장률은 3.0%로 유지한 바 있다.
이 총재는 “5월, 7월 금리 결정에서는 데이터를 보고 성장과 물가 양자를 균형적으로 고려하겠다”라며 “향후 금리가 (얼마나) 올라갈지는 성장, 물가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도 우리나라 기준금리 결정의 변수다. 미 연준은 내달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을 예고한 가운데, 최근에는 연준의 제임스 불라드 총재가 0.75%포인트를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연준이 생각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들이 단기적으로 5월 기준 금리 인상 기대감을 완화시켜줄 수는 있겠지만, 이달 물가지표와 5월 FOMC 등을 거치면서 재차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금통위 구성원 변화도 변수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임지원 금통위원의 임기는 다음 달 12일 만료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10일)과 맞물리며 당분간 금통위원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통위원은 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이에 따라 5월 금통위에는 금리 인상에 한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큰 금통위원이 한 명 빠진 채 열릴 전망이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위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주는 동시에 연내 기준금리 2.00% 레벨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흐름이 준수하고,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높을 5, 7월 기준금리 연속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