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박스권 장세에 지친 동학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공매도 거래는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으로 풀이되는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초 66조8051억 원에서 지난 19일 기준 61조68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하루평균 투자자예탁금 규모(66조6297억 원)와 비교해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거래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이달 들어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38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3월(18조4953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초 상승장에서 기록한 거래 규모(42조1073억 원)와 비교하면 59%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반면 공매도 거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공매도 거래대금은 30조 원에 육박했다. 지난 15일 기준 공매도 잔고는 12조42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된 이후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거래로 인식돼 개미들 사이에선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공매도 타깃이 된 일부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달 들어 넷마블의 전체 거래량 중 24.66%가 공매도 거래로, 전체 코스피 종목 중 공매도 매매 비중이 가장 컸다. 이 기간 주가는 공매도 평균가 대비 -2.98% 하락했다.
이외에도 카카오페이(16.82%), 카카오뱅크(13.88%), 두산퓨얼셀(15.15%) 등의 주가가 평균가 대비 각각 -9.74%, -3.92%, -2.35% 떨어졌다.
이 같은 공매도 공세에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앞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공매도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긴급 제안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공매도가 증시의 방향성을 바꾸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공매도가 하락을 예상한 거래라기보다는 하락장에서 헤지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시를 짓누르는 지정학적 위험, 긴축, 중국 봉쇄 등 대외적 변수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상승세가 정체된 가운데 당분간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장주의 탄력이 떨어지는 반면 개별 업종 재료에 따른 개별주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리오프닝, 원자재, 금리 상승 등 재료에 민감한 업종들이 주를 이뤘다”며 “실적 시즌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개별주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