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으로,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계획에 따라 대체유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식물성 기름인 대두유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파운드당 83.21센트로 4.5% 올랐습니다.
프록터앤갬블(P&G)과 네슬레, 유니레버 같은 생활용품 및 식품업체들은 팜유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회사들입니다. 오레오쿠키 제조업체 몬델레즈인터내셔널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 세계 팜유 소비량의 0.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세계 유수의 팜유 수입국인 인도 식용유 생산업계단체 대표는 “매우 유감스럽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치”라며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수백만 소규모 농업인들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수출 금지에 따른 손실을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이 동요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팜유 수출 금지를 지지한다”며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 시장에서 식용유의 공급과 경제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임시 조치”라고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식용유 소매가격은 ℓ당 평균 2만6436루피아(약 1.84달러)로 올해 들어 지금까지 40% 이상 올랐습니다. 전국의 일부 지방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에만 가격이 거의 두 배로 올랐다고 합니다. 2억7000만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저소득층이 사기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식용유 공급난이 심해지면서 슈퍼마켓에는 이를 사려는 행렬이 줄을 이었고, 전통시장에서는 대용량 식용유를 비닐봉지에 소분해 파는 풍경도 벌어졌습니다. 한 과자업체는 식용유 공급난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고객들이 놀랄 수 있다며 차라리 생산을 줄이기로 했고, 호텔과 레스토랑 업계도 식용유가 필요한 메뉴를 줄이는 분위기입니다.
급기야 식용유 가격을 놓고 최근 인도네시아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학생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량 식용유에 대해 ℓ당 1만4000루피아의 상한을 설정했지만, 이달 들어 1만8000루피아 이상에 판매되는 등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밀과 보리, 옥수수 같은 주요 곡물의 국내 공급 안정을 위해 6월 말까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국(EEU)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고, 이집트는 3개월간 밀과 밀가루, 콩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중단키로 했습니다. 헝가리는 아예 모든 곡물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미국 농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만큼 수출 금지가 아닌, 국제적인 공조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세계 식용유 시장을 뒤흔들었는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나던 해바라기씨 오일 출하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인접한 흑해는 전 세계 식물성유 수출의 76%를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2월 우크라이나에 입성한 이후 이 지역의 상업 운송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다 가뭄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에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아 콩과 유채씨 오일을 포함한 많은 대체유 공급 또한 어려워졌습니다.
식물 기반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대두와 카놀라유를 가공하는 시설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년 내에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 생산을 증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입니다.
바이오연료 생산 단체인 ‘클린 퓨얼스 얼라이언스 아메리카’는 “미국의 바이오디젤과 신재생디젤 생산업체들은 팜유를 사용하지 않지만, 모든 오일 수급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에 바이오 연료 생산업체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한 글로벌 무역회사 딜러는 “식용유 가격은 지금 천장이 한계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식용유 공급이 줄면서 구매자들은 팜유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그들(구매자)은 대두유 공급도 제한적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국내 한 전문가는 “국제 원자재 시장이 품목을 가리지 않고 급변하고, 각국이 자원 패권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