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수 톱10 중 2종목 손해볼 때...개인, 모조리 마이너스

입력 2022-04-26 16:44수정 2022-04-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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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장밋빛 전망을 믿고 삼성전자와 카카오 주식에 1억 원을 투자한 직장인 박모 씨(45)는 올해가 악몽 같다. 두 주식의 주가가 30%(합산 수익률) 이상 급락하면서 원금의 3000만 원이 넘는 돈을 까먹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증권사 창구를 찾았지만 “손절매하기는 늦었고 장이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는 직원의 말에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주가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면서 평가 손실을 본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17조원 넘게 식을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자자 중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은 건 외국인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상하이 봉쇄 등이 겹치며 코스피가 10.72% 하락할 때 외국인은 9.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통신주와 금융주를 집중 매수해 박스권을 돌파했다.

1월 3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KB금융(6440억 원) △우리금융지주(5700억 원) △하나금융지주4940억 원) △SK텔레콤(3760억 원) △신한지주(3410억 원) △KT(3320억 원) 등을 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10개 중 6개가 통신, 금융주였다. 통신은 필수 서비스라서 외부 환경에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아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꼽힌다. 또 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이자 마진을 확대할 수 있어 금융주는 금리 인상의 수혜주다. 호실적에 대한 기대와 외국인의 매수세가 겹치면서 이달 들어 KT와 우리금융지주는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담은 상위 10개 종목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건 현대중공업(43.95%)이었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주가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종목 중 하나다. 지수에 편입되면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라이베리아 선사(계약 금액 9895억 원), 유럽에 있는 선사(계약 금액 8473억 원)와 2조 원에 육박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도 현대중공업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관의 상위 순매수 10개 종목은 같은 기간 8.96% 올랐다. 기관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담은 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었다. 올해 상장한 LG엔솔은 공모가(30만 원) 2배에 근접하게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그뒤로 내림세로 전환됐다. 기업공개(IPO) 효과로 반짝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개인과 외국인이 4조418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상장 첫날 기록한 59만8000원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기관이 1300억 원어치 매수한 한국항공우주는 연초 대비 32.67% 오르며 기관의 순매수 톱 10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방산주가 주목을 받은 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항공우주청 신설을 공약하면서 상승세를 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LG엔솔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13.30%), 삼성SDI(10.61%)의 하락 폭이 커 기관은 외국인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개인이 담은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했다. 이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은 -17.78%다. 개인은 주로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을 담았다. 삼성전자(순매수 규모 10조1330억 원), 네이버(순매수 규모 1조8520억 원), 카카오(순매수 규모1조4210억 원), 현대차(순매수 규모 7780억 원)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줄줄이 하락했고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이달 들어 52주 신저가를 썼다.

개인이 9번째로 많이 담은 크래프톤은 올해 들어 45.97% 떨어졌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상장할 떄부터 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49만8000원)의 절반 수준인 24만8500원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약 300억 원치의 크래프톤 주식을 매입했지만 주가 하락은 막지 못 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수적인 투자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며 “당분간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주목하면서 시장 금리 정점 형성 시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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