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노마스크 찾기 힘들어 "벗기 어색"
점심시간 음료 마시는 턱스크 눈에 띄어
"노마스크 기준 복잡한 규정 혼란" 불만도
실외 마스크 해체 첫날인 2일 오전 8시 시청역에서 만난 김효진(38) 씨는 이 같이 말하며 지하철 입구를 나섰다. 야외 마스크 해제 시행 첫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출근길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수칙을 해제했다. 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 의무 도입 이후 566일 만이다. 하지만 실내와 지하철, 버스,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종전과 같이 마스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체감도는 크지 않아 보였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박경훈(44) 씨는 "일단 마스크를 벗는 게 어색하다. 일교차도 심하고 황사도 있어 한동안 마스크를 안 벗을 거 같다"며 "다른 사람들을 보고 쓸지 말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슬기(32) 씨는 "매일 장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 불안하다.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 만큼 당분간 조심하면서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풍경은 출근시간대 모습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청계천로를 산책하는 몇몇 시민들은 음료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커피를 마시던 이 모(33) 씨는 "날씨도 더워지기 시작해 밖에서 잠깐이라도 마스크를 벗으니 너무 좋다"며 "코로나 걱정은 별로 안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벗은 박 모(31) 씨도 "오랜만에 퇴근 후 한강에서 친구들과 조깅 약속을 잡았다"며 "그동안 마스크 때문에 운동할 때 숨 막히고 대화도 제대로 못했는데 시원한 공기 마시며 달려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있던 김종인(32) 씨는 "(마스크를 벗으니)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라면서도 "아직 실내 착용은 의무이기에 예비 마스크를 항상 바지 주머니에 넣어서 다닌다"고 전했다.
강남 일대 직장에 다니는 홍 모(31) 씨는 "(점심 식사는) 사람이 많은 먹자 골목에서 주로 한다"며 "식사할 때도 마스크 안 끼고 떠들며 먹는데, 실내에서 굳이 낄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붐비지 않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규정 때문에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남주성(44) 씨는 "놀이공원에서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하는데, 천장이 막힌 곳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며 "기준이 모호해 마스크를 벗기에 눈치가 보인다"고 꼬집었다.
마스크를 벗고 실내로 들어오는 등 혼선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시청 근처 한 패스트푸점에서 마스크를 깜빡한 손님을 보고 직원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소리치자, 손님이 헐레벌떡 마스크를 꺼내 쓰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실외 마스크 해제 조치가 '마스크 프리 선언'이 아님을 강조하며 자발적 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야외라고 모든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외여도 침방울이 퍼지기 쉬운 '3밀(밀집·밀폐·밀접)'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5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공연이나 프로야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이 해당된다.
이밖에 방역당국은 △발열·기침 등 코로나 의심 증상자 △고령층과 미접종자 등 코로나 고위험군 △실외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거나 50인 이상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 △다른 일행과 최소 1m 거리를 15분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함성·합창 등 비말 생성이 많은 경우 등 실외라도 감염 위험성이 큰 경우면 마스크를 쓸 것을 적극 권고했다.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가 필수다. 방역당국이 정한 실내 공간은 천장이나 지붕이 있으면서 벽 3면 이상이 막힌 곳을 의미한다. 2면 이상이 열려 환기가 가능하다면 실외로 판단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