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상 '실기'의 대가

입력 2022-05-03 12:30수정 2022-05-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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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5월 '빅스텝' 가능성
작년 '브레이크' 밟았어야
'광범위하고 포괄적' 회복 추구 발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5월 회의를 앞두고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1994년(1.25%포인트 인상)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장은 이미 출렁이고 있다.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경기 냉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올 들어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물가 잡는 도구를 가진 연준이 실기로 고통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CNN은 연준이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조언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프리드먼은 통화정책이 현실에 작동하기까지 긴 시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의 온도 조절기를 통해 온도에 변화를 준 후 방의 온도가 달라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듯, 연준 조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는 것을 막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린 게 된다.

작년 연준은 프리드먼의 조언을 무시하고 너무 오랫동안 느슨한 통화정책을 유지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 추가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그 영향으로 증시와 주택 시장이 ‘불장’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연준은 정책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했다. 시장에서 매달 1200억 달러(약 135조 원)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도 결정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추가 경기부양으로 경제가 과열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백악관이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연준은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연준의 머뭇거림은 팬데믹 시기 경제 예측의 까다로움을 반영한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의 저성장과 긴축 기조도 정책 당국의 대응 기민성을 떨어뜨렸다.

또한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인상 ‘실기’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점진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들이 통화 정책을 통한 물가 안정 추구에서 나아가 기후변화, 디지털 통화 등 광범위한 주제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 역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회복 추구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이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발생하는 실업률은 연준이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음에도 연준은 듣지 않았다. 2020년 9월 연준은 고용이 최대 지속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훨씬 뒤처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의 대응 실패로 현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3월 물가가 8.5% 올라 40년래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연준은 역사상 최악의 과열을 진압해야 하는 과제에 내몰렸다. 연준은 뒤늦게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차대조표(약 9조 달러)가 과도하게 부풀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빅스텝과 월 950억 달러 규모로 자산 매각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점보스텝(0.75%포인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금리를 기본 인플레이션 상승보다 더 높은 중립수준(약 2-3% 추정)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다. 이는 2007년 이후로 볼 수 없었던 5~6%의 연방 기금 금리를 의미한다.

완화적 통화정책에 익숙해진 금융시장이 급격한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를 어떻게 버틸지 우려가 커진다.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높은 금리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지만 경기침체 우려도 안고 있다. 지난 60년간 연준이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과열을 잡은 경우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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