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쥐도 새도 모르게...3년간 러시아 유명인 38명 의문의 사망, 공통점은

입력 2022-05-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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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에서 의문의 죽음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유명 러시아 사업가 6명이 잇따라 사망한 건데요. 이들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합니다. 러시아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가스프롬 고위 관계자 4명 연달아 사망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 (연합뉴스/TASS)

먼저 사망한 사업가 중 4명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과 연관된 인물들입니다.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월 말 가스프롬 산하 가스프롬인베스트의 운송부문 책임자인 레오니드 슐만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자신의 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으며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슐만의 사망 이후 불과 한 달 만인 2월 25일에는 가스프롬의 고위 관계자 중 한 명이 같은 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가스프롬 재무담당 임원인 알렉산드르 튤라코프였는데요. 튤라코프의 사인 역시 자살로 종결됐습니다.

가스프롬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18일 가스프롬뱅크 부사장 출신인 러시아 고위 관료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가 모스크바 아파트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건데요. 현장에서는 아바예프의 아내와 딸도 숨진 상태였습니다. 수사당국은 아바예프가 가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튿날인 지난달 19일에는 가스프롬이 지분 일부를 가진 가스업체 노바텍 전 임원 세르게이 프로토세니야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북부 휴양지에 있는 그의 별장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습니다. 함께 숨진 채 발견된 그의 아내와 딸은 흉기에 찔린 흔적이 있었습니다.

우크라 출신 억만장자 의문의 죽음

▲지난달 18일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 전 가스프롬뱅크 부사장이 모스크바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TASS)
가스프롬의 고위 관계자들만 사망한 건 아닙니다. 다른 기업인들의 죽음도 이어졌는데요. 2월 28일엔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 억만장자 미하일 왓포드가 영국 서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가스와 석유 등 러시아 에너지 관련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경찰은 외부 침입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억만장자인 바실리 멜니코프도 3월 말 노브고로드의 자택에서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멜니코프는 의료용품 회사인 메드스톰의 소유주입니다. 수사당국은 그가 아내와 두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는데요. 그들은 몰디브에서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직후에 숨진 것으로 밝혀져 의혹을 더욱 키웠습니다.

이들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고르 볼로부예프 전 가스프롬뱅크 부회장. (연합뉴스)
석연치 않은 이들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사건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발생했습니다. 또 모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생전에 이들을 알았던 사람들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가스프롬뱅크의 부회장 출신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향인 우크라이나로 귀국한 이고르 볼로부예프는 2월 사망한 아바예프에 대해 “그는 VIP 고객들을 상대하는 프라이빗 뱅커였다”며 “나는 그가 자살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뭔가를 알고 있었고, 그게 위험을 초래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진 프로토세니야의 아들은 사건 당시 프랑스에 있었는데요. 그는 가족의 죽음에 대해 “아버지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무척 사랑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가족을) 해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아버지가 살해당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CNN은 기업인들의 잇따른 죽음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들이 자금 지원을 거부하거나 정보를 유출해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건강 이상설 휩싸인 푸틴...커지는 의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AP)
2017년 USA 투데이는 3년 동안 38명의 유명 러시아인들이 죽거나 실종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대하는 이른바 반(反)푸틴 인사들이 암살되거나 사라지거나, 감옥에 갇히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미수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변호사 출신인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고위층의 비리를 파헤쳐온 인물입니다. 나발니는 2020년 8월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중 기내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는데요. 국제 사회는 푸틴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러시아 정부에 대한 제재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요. 지난달 24일 부활절을 맞아 성당 미사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이 입술을 깨물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파킨슨병, 치매 등을 앓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푸틴의 정신 이상설이 대두되며 러시아 재벌들의 잇따른 사망 뒤에 푸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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