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에 가고 싶다] 태릉·육사…‘화랑대역’의 새로운 이야기

입력 2022-05-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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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역(옛 태릉역)은 1939년 7월 4일 경춘선 개통과 함께한 영업 시작부터 2010년 영업 종료까지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박한 멋을 간직한 곳이었다.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즈넉한 분위기에 하루 20명 남짓한 승객보다 울창한 숲과 기분 좋은 바람을 찾는 손님이 더 많았던 곳. 노원구 공릉동의 육군사관학교 정문 바로 옆에 위치하여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열차와 사람들을 맞이해오던 화랑대역은 2010년 12월 21일 경춘선 전철이 복선화되며 역으로서의 역할을 마치게 되었다. 보통 옛 역사들이 일자형 평면 위에 십자형 박공지붕인 데 비해 비대칭 삼각형의 외양이 특징이다. 흔하지 않은 이어내림 지붕구조와 전면 출입구, 선로변 출입구 포치가 특히 인상 깊다. 이러한 건립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된 중요한 건축물로 2006년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되었다

화랑대역은 과거 육사 생도를 비롯한 군 병력을 이동시키는 곳으로 평상시에도 휴가를 다녀오는 생도들이 주 이용객이었다. 당시 태릉 지역은 서울의 동북 방면에 시내로 향하는 주요 접근로를 지켜볼 수 있는 불암산과 수락산을 끼고 있어 일제강점기에는 지원병 훈련소가, 광복 이후에는 국방경비대 제1연대가 위치하던 곳이었다. 이에 당시 육사 교장이었던 백남권 장군의 제안으로 옛 태릉이 민족적 전통과 화랑 후예의 기상을 닦는 국방의 요람이라는 의미의 화랑대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태릉
화랑대역의 옛 이름인 태릉은 조선 중종의 두 번째 왕후인 문정왕후의 능으로, 봉분을 감싼 12면 병풍석과 십이지신상 등 수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2001년 드라마 ‘여인천하’로도 유명한 문정왕후,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먼저 세상을 떠난 중종의 옆에 묻히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인의 몸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엄청난 권력을 가졌던 그녀였지만 결국 그 마지막 소원만큼은 이루지 못하고 오늘날 태릉에 혼자 묻히게 되었다.

마지막 기차가 떠나고 쓸쓸하게 남은 화랑대역, 시간이 멈춘 듯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곳에 어느 날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2013년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화랑대역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새롭게 꾸며진 화랑대역 철도공원에는 경춘선 기찻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경춘선의 역사와 변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박물관이 꾸며졌다. 역사 앞 공원은 미카형 증기기관차, 서울의 옛 전차, 일본 히로시마 트램 등을 직접 둘러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특히 화랑대역이 위치한 화랑로는 1200그루나 되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가 있는 서울의 가장 긴 가로수 길이다. 성인 손바닥 크기보다도 큰 나뭇잎을 밟으면 들리는 바스락 소리, 그 낙엽들이 융단처럼 깔려 있는 길을 걷는 가을 정취가 더욱 특별하다.

자료=국가철도공단 ‘한국의 철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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