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로 경기장 내 취식과 육성 응원이 가능해지며 열기를 더해가던 프로야구에 또다시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번에도 '술'이 문제였다.
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을 위해 대구에 머물던 NC 다이노스 구단 코치 4명이 전날 저녁부터 숙소 인근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 중 새벽까지 술자리를 이어가던 한규식, 용덕한 코치가 말다툼 끝에 폭행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방적인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용덕한 코치는 병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한 상태다.
NC 구단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시 진화에 나섰다. 이동욱 NC 감독이 나서 “소속 코치들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와 함께 폭행을 가한 한규식 코치와는 계약을 해지하고 퇴단시켰고, 용 코치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한 뒤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후속조치에도 나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도 즉각 NC에 경위서 제출을 지시했고, 이를 검토해 상벌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발빠른 조치에도 야구팬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한 두번 벌어진 음주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폭행 사건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KBO와 구단으로부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던 선수 중 3명의 징계 종료를 하루 앞두고 발생했다. NC는 지난해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등 소속 선수 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원정숙소에서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져 물의를 빚었다. 이는 지난 시즌 KBO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과거 프로야구계에서는 음주 관련 문제가 숱하게 이어져 왔다. 최근 KBO 복귀를 시도했다 무산된 강정호는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논란을 빚었다. 더 과거로 가면 박한이 현 삼성 2군 타격코치가 2019년 시즌 중 술자리 다음날 음주운전이 적발돼 불명예 은퇴를 해야 했다.
술 뿐만이 아니다. 원정도박, 승부조작, 학교폭력 전적 등 크고 작은 일탈 행위로 팬들의 질타를 받아왔다. 그렇다고 성적이 좋은 것도 팬서비스가 특출난 것도 아니다.
한국 야구는 2020 도쿄올림픽 등 최근 국제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기존 팬들을 실망시킨 것은 물론, 신규 팬 유입에도 실패했다.
설상가상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관중제한, 무관중 경기로 리그를 이어가기도 하는 등 여러 악재를 맞았다.
이는 결국 야구 위기론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다는 답변은 67%에 달했다. 그중 관심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44%, ‘별로 없다’는 답변은 23%였다. 관심이 있다는 답변은 31%로 2014년의 48%와 크게 비교된다.
20대(18~29세)가 야구에 관심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관심이 ‘전혀 없다’는 답변은 70%에 육박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야구장 실적은 부진한 상태다. 10개 경기장에서 아직 매진 사례가 없다. 지난 4월 12일 키움 히어로즈-NC 다이노스전이 벌어진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관중은 774명으로 2016년 고척돔 개장 이후 최소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LG와 롯데의 3연전이 벌어진 지난달 29일~ 5월 1일 잠실을 찾은 관중은 총 5만9212명으로 흥행했다. 리그 1위 SSG는 홈경기 평균 관중 1만3554명으로 관중 동원력도 1위다.
올해 3월 취임한 허구연 KBO 총재도 ‘팬 퍼스트’를 내세우며 팬 친화적인 야구문화를 만들어가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프로가 도덕성을 못 갖추면 팬들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등 프로야구 구성원들이 일탈 행위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강조해왔다.
허구연 KBO 총재도 ‘팬 퍼스트’를 내세우며 팬 친화적인 야구문화 만들어가려는 노력 보여. 특히 선수들의 도덕성을 강조하며 일탈 행위와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팬 퍼스트’와 방역 수칙 완화로 기지개를 켜는 한국 야구가 이번 악재를 딛고 전성기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