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아동 정서 결손, 병리적 치료보단 진정성 있는 관심·공감 필요”
올해는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방정환 선생이 100년 전 어린이날을 제정한 것은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들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늘날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4일 통계청·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어린이 수는 50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삶이 고달파진 첫 번째 이유로 정서적 관계 약화를 꼽는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는 “코로나19가 지속한 지난 2년여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과 대면 활동이 줄면서 아동·청소년들의 심리적·정서적 결손 문제가 심각해졌다”면서 “특히 SNS 등 ‘connection(통신·연결)’은 단순한 연결은 있으나 상호 관계 등 ‘relationship(관계)’은 없어 외로움과 고립감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가져온 직접적인 영향, 예컨대 자가격리 경험 등에서 비롯된 강박증, 불안장애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외에도 가족 등 양육자가 부재한 경우나 가정폭력이 이뤄지는 경우도 정서적 약화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아동·청소년의 정서 결손을 위해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상담프로그램에 대한 어린이들의 심리적 거리감은 가깝지 않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12월 만 15세 이상 청소년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2%는 코로나19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답했지만, 심리·정서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교 교사가 곧 상담교사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며 "학생들은 교사 아닌 사람들에게 상담을 받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상담 기관과의 협업을 활성화하라고 제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가 심리상담을 모두 감당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에 대응할 때도 공공과 민간 병원이 협업했다. 외부 시스템, 사교육을 등한시하고 학교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니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도 “민간 등 외부 기관과의 협업 강화로 전문적으로 학생들 심리 상담·정서적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병리적 증상으로만 상담·심리프로그램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조언한다.
정 특임이사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병리적인 측면으로 상담이나 심리 서비스를 강요하거나 다가가면 '너는 환자야' 등의 부정적인 암시를 준다”며 “사실 아동·청소년들은 건강측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신체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서비스와 상담프로그램 보다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어른들이 진심으로 살피고 있다는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 중요하다”며 “'커넥션'만 만들어주기보다는 아동 간의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아동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