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부산물도 다시 보자"
식품업계에서 '푸드 업사이클링'이 확산하고 있다.
푸드업사이클링이란 식품 제조과정에서 나온 찌꺼기 등의 부산물을 활용해 새 먹거리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뜻한다. 기존 업사이클링이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해 새 옷으로 탄생시키는 등 패션업계에서 주로 이뤄졌다면, 코로나바이러스로 부흥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경영 기조에 최근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팜유 수출 중단 등으로 식량 부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식품업계도 푸드 업사이클링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새 식품으로 바꾸는 푸드업사이클링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그동안 먹거리 안전, 재활용에 대한 소비자들 과민한 인식 탓에 식품업계가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으나, 최근 글로벌 물류대란, 기후 위기, 치솟는 고물가 여파에 따른 식량 부족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긍정적인 사업 카드로 분위기가 전환돼 투자 자본이 몰리고 미래 먹거리로 점 찍히고 있다.
분위기 반전의 징후는 새 먹거리 사업 발굴사업의 발판인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먼저 확인된다. CJ제일제당은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팀이 낸 아이디어로 실제 사업까지 연결해주는 사내벤처 프로그램 이노백을 통해 최근 푸드 업사이클링 브랜드 '익사이클'을 론칭, '익사이클 바삭칩' 과자를 내놨다.
익사이클 바삭칩은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 등의 식품 부산물로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기획됐다. 회사 측은 향후 생산량 증가에 대비해 충북 진천공장에 부산물 식품 소재화 및 해썹 인프라 설비를 갖추는 투자도 진행 중이다. 다양한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계속 선보일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착한 피자'도 등장할 예정이다.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대산은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손잡고 피자 도우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이날 맺었다. 리하베스트는 맥주, 식혜, 두부 등의 식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해 밀가루 대체식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미스터피자는 이 회사와 협업을 통해 맥주 보리부산물을 이용한 가루피자 도우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가루피자 도우는 개발 단계 중으로, 올해 하반기 중에 상용화한다.
MP대산 이종영 대표이사는 “이번 협약은 업사이클링 도우를 통한 제품 차별화는 물론, 가치를 더해 재탄생된다는 의미로 ‘새활용’이라고도 불리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ESG 경영에 입각한 다양한 제품 개발 및 마케팅 활동 등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일찌감치 리하베스트 등 푸드 스타트업과 손잡고 푸드 업사이클링에 적극 나서왔다. 2020년부터 리하베스트와 상생 협약을 맺고 맥주박을 활용한 스낵 '맥주박 리너지바'를 출시했는가 하면, 지난해 '카스 맥주박 업사이클링 푸드 페스티벌'을 개최해 카스 맥주박으로 만든 라자냐, 치킨텐더, 마들렌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대체육 개발로 이름을 알린 푸드 스타트업 지구인 컴퍼니도 푸드 업사이클링에 가세했다. 대두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탈지대두분말’, 현미를 도정할 때 나오는 껍데기인 ‘미강’을 사용해 리뉴얼 출시한 대체육 제품 '언리미트 슬라이스'가 해당 제품이다. 이 외에도 사측은 '언리미트' 생산 공정에서 나온 해바라기유를 비누공장에 재판매하며 자원순환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