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분리지역 존재, 친서방 정권 등 우크라와 닮은꼴
“중국, 과거 냉전과 다른 새 변수…동유럽에 막대한 투자”
특히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상태일뿐더러 우크라이나에 돈바스가 있다면 몰도바엔 트란스니스트리아라는 친러 분리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서 러시아가 침공을 위해 돈바스에 그랬듯 자작극을 벌인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지금을 “1991년 소련 독립 후 가장 위험한 때”라고 표현했다.
9일 본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몰도바에서 여러 분쟁 해결에 참여했던 동유럽 전문가 스테판 볼프 버밍엄대 국제안보학 교수와 몰도바와 러시아 미래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볼프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를 지나 몰도바 국경을 접하는 지역을 포함하는 2단계 전쟁 계획을 발표한 것을 보면 분명히 침공 가능성이 있다”며 “1992년 이후 사실상 러시아가 통제하는 국가로 간주하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병력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이곳엔 러시아 병력이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일부 주둔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군사적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게 또 다른 모습”이라며 “몰도바엔 여전히 분쟁 가능성이 있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하진 않았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영토 확장을 통해 세력을 키우는 방식에 대해선 “19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태의연한 정치”라고 꼬집었다. 특히 “러시아가 목표를 달성할 군사적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확실히 비효율적”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동부와 크림반도를 포함한 이미 지배 중인 영토를 고수하는 장기 소모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 전쟁으로 동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는 군사력을 증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그는 “동서 간 대화가 거의 없어지고 지속적인 위협만 있던 냉전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연상하게 하는 긴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냉전 시기와 다른 새 변수로 중국을 꼽았다. 볼프 교수는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동유럽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측면과 기존의 미·중, 중·러 관계 모두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