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가히 메타버스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점유율 5위권 내 도약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했다. 공공기관은 올해 추진되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메타버스가 들어간 상황이다. 메타버스를 차세대 핵심키워드로 선정한 건 바람직하나 우리가 정말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서 메타버스를 검색하면 총 364건의 논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전체 364개 논문 중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344건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2005년부터 관련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실상 연구 성과는 지난 1년 6개월간 거의 대부분 쏟아진 셈이다. 학문적으로도 메타버스의 의미와 효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 내용도 메타버스 이용 동기가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메타버스의 법적 이슈 고찰 등 메타버스 그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보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이슈 그리고 긍정적 효과에 대다수 논문 내용이 맞춰져 있다. 메타버스가 실제로 어떤 분야에 적합한지 그리고 가치창출을 위해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정작 없다.
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사기업과 공기업 가릴 것 없이 경영진은 메타버스를 강조하고 메타버스의 활용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경영진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에 다수의 기업에서 메타버스 관련 이벤트를 도입, 진행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 메타버스 활동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도 찾기 어렵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그 안에서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이 일어나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뜻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면서 기업과 대학은 신입생 환영회, 채용 설명회, 토크 콘서트 등의 이벤트를 메타버스를 통해 진행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MZ세대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젊은 세대가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이해하는 반면 기업과 대학은 이를 사업, 이벤트로 접근했기에 괴리감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진 것이다. 나스닥의 로블록스와 비교되는 네이버의 제페토는 글로벌 가입자 대부분이 10대이고 그들은 ‘게임=메타버스’로 이해한다. 10대에게 메타버스는 흥미로운 게임 플랫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메타버스를 무작정 강조하고 실행하기보다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세대가 이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 MS, 구글, 메타(페이스북) 등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주장하니 국내 기업도 뒤질세라 메타버스를 언급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묻지 마 모방은 메타버스에선 답이 될 수 없다.
국내 대학과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대해 조급해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2035년까지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315조 원으로 추정되는 상황, 그리고 10~20대는 메타버스에 친숙하다는 점에서 선제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영진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메타버스에 친숙한 10대들은 이런 주장에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 다수의 조직이 메타버스를 실행, 도입하고 있지만 그 전에 메타버스에 가장 정통한 유저 또는 10~20대의 견해를 진지하게 경청한 조직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메타버스로 두드러진 네트워크 효과를 입증한 기업이나 대학이 없다.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도입해야 할 메타버스가 정작 낡은 레드오션으로 퇴색한 느낌이다.
최근 메타버스를 잘 알고 있는 몇몇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기업과 대학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두는 건 좋은데 사전에 충분히 이해한 후 시도해야 한다는 점을 공통으로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의 메타버스 붐은 진지한 고민과 분석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다. 대책 없는 실행은 늘 실책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