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기술주 매도세 영향
아람코 주가 올해 27%↑…애플은 17% 이상 하락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유가 상승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지위를 탈환했다.
미국 CNBC방송은 11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을 인용해 애플 주가가 이날 5% 이상 급락해 시총이 2조3700억 달러(약 3041조 원)에 그치면서 약 2조4300억 달러를 기록한 아람코에 1위 자리를 내줬다고 보도했다. 아람코는 2020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선두에 복귀했다.
유가 상승으로 아람코 주가는 치솟은 반면 연초 이후 기술주 확대된 기술주 매도세가 애플 주가를 끌어내렸다.
올해 들어 아람코의 주가는 27% 이상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1년간 60% 이상 뛰었다. 산유국들의 생산량 제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파로 원유 수요는 치솟는데 공급이 급감했다. 아람코는 3월 실적 발표 당시 유가 상승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애플은 올해 초 사상 최초로 시총 3조 달러를 달성했다. 아람코보다도 약 1조 달러 앞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매도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17% 이상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중국발 공급망 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중국 봉쇄로 올해 2분기 매출 손실이 80억 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기업의 시총 역전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에너지주에 수혜를 가져온 유가 상승은 마찬가지로 물가를 끌어올린다. 물가가 빠르게 오를수록 연준의 금리 인상도 가속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술주 전망이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다.
팀 그리스키 잉걸스앤스나이더 선임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원자재 가격 폭등에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패닉 셀링’하고, 여기서 나온 돈을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며 “아람코 같은 기업은 이런 변화로 수혜를 입는 대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애플과 아람코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애플은 순수 민간기업인 반면 아람코는 국영업체이기 때문이다. 아람코 지분 중 극히 일부만 시장에서 거래된다.
아람코는 세계 시총 상위 10위 기업 중 유일한 비미국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버크셔해서웨이, 메타, 존슨앤드존슨, 유나이티드헬스가 그 뒤를 잇는다.
아람코는 15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