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종 이방원’ 주상욱 “이방원 역, 자신감 얻는 계기…두려울 게 없다”

입력 2022-05-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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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이방원 역을 연기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어요. KBS 대하사극의 이방원을 연기했는데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어요. 어딜 가서 뭘 못할까요.(웃음)”

배우 주상욱은 최근 종영한 KBS 1TV ‘태종 이방원’에서 타이틀롤 이방원 역 맡아 크고 작은 마음 고생을 했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고, 방영 중반에는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여 한 달 동안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연기력으로 논란들을 극복, 드라마 시청률은 11.5%(닐슨코리아)까지 오르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주상욱은 “KBS에서 오랜만에 대하사극을 제작하는데 주인공인 이방원 역을 맡는다는 게 너무 영광이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여러가지 감정을 연기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태종 이방원’은 2016년 ‘장영실’ 종영 이후 KBS에서 5년 만에 선보이는 대하사극이었다. 타이틀롤이란 자리 또한 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선배 배우들에게 도움을 얻으며 주상욱만의 이방원을 만들어나갔다.

“제가 생각해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봐왔던 사극의 익숙한 이미지가 있어서 대중들 또한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웠을 거예요. 시작 전부터 부담이 컸죠. ‘촬영을 하면서 점차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에는 ‘내가 왕이지’라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KBS에서도 얼마나 걱정이 많았겠어요. 기대 반 우려 반 했겠죠. 중반부엔 ‘이 정도면 됐으니까 편하게 하라’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우려의 시선과는 달리 주상욱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간 이방원’을 재조명했다. 냉정했던 군주의 이면에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선택에 끊임없이 고뇌하는 캐릭터의 다양한 면면들을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제가 아는 이방원은 소위 ‘킬방원(많은 이들을 죽게 만든)’ 정도였어요. 자세히는 알지 못했죠. 젊은 이방원의 모습이 다른 작품에서 그려진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이방원은 ‘킬방원’이 아닌 사람 이방원, 가장으로서의 이방원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졌잖아요. 보시는 분들이 어색할 수 있었을 텐데, 잘 견디고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태종 이방원’을 통해 사극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계기였다. 시청 연령층이 5060세대일 것이라는 편견도 완전히 깨부쉈다. 3040세대부터 20대까지, ‘태종 이방원’을 시청,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주상욱 또한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방원의 모습을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화해 유행이 되기도 했다.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다 찾아봤어요. 악플까지도요. 그중에서 ‘이방원이 살아있다면 주상욱이 이방원일 것 같다’, ‘이방원이 환생한 것 같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났죠. ‘태종 이방원’ 짤들 또한 다 찾아봤어요. 정말 놀랐고 상상도 못한 일이잖아요. 앞으로도 대하사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웃음) 젊은 층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사극을 안봐서 그렇지 보면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봐도 재미있던 걸요. 꼭 사랑 이야기가 안 나와도요.”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는 승승장구하며 예상 외의 선전을 하던 찰나, 지난 1월 낙마 장면에 동원된 말이 죽어 동물 학대 논란이 일면서 한 달 간 방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주인공을 맡은 주상욱 또한 사건의 심각성을 느끼며 조심스레 당시를 회상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요. (말 학대 논란) 그런 걸 처음 겪어본 저로서는 굉장히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특히나 ‘태종 이방원’이 정점을 찍었을 때 사건이 터졌거든요. 주연 배우로서 ‘나랑은 상관없다’라고 할 수 있지만, 제가 딱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마음 고생이 많았지만, 잘 마무리된 게 감사하죠.”

1998년 KBS 1TV ‘신세대 보고 -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주상욱은 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 ‘에어시티’, ‘자이언트’, ‘굿 닥터’, ‘앙큼한 돌싱녀’, ‘화려한 유혹’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24년간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과거 세련된 외모 탓에 재벌 상속자, 팀장님, 실장님, 부장님, 사장님, 회장님 등 각종 장(長)을 주로 맡으면서 ‘실장님 전문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이방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같은 이미지는 완벽히 지울 수 있었다.

“실장님 전문배우는 옛말이죠. 기억해주시면 다행이고 감사해요.(웃음) 실장님 이미지를 없애려고 ‘태종 이방원’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도 확실히 성숙해진 것 같아요. 터닝 포인트가 됐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인생에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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