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확대·비싼 경유값 때문
친환경차 확대, 경유 가격 고공행진 등으로 타격을 받은 경유차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판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경유 차량 판매량은 4만3517대(국산 3만4593대, 수입 8924대)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만4346대(국산 6만1516대, 수입 1만2830대)보다 41.5% 줄어든 규모다.
올해 1분기 경유차 판매 비중은 13.5%로 2008년 18.5% 이후 최저치다. 5년 전인 2017년의 36.4%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경유차가 인기를 끌던 2015년과 비교하면 더욱 위기다. 당시 경유 승용차 판매 비중은 국산차 41%, 수입차 68.8%에 달했다.
이처럼 경유차가 외면받는 이유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인기와 함께 연일 고공행진하는 경유 가격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춰 경유 승용차 비중을 줄이고 있다.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인 일명 ‘디젤게이트’도 경유차 판매에 악영향을 끼쳤다.
휘발유보다 비싸진 경유 가격도 경유차 기피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지난 11일 1947.6원을 기록하며 휘발유 가격(1946.1원)을 14년 만에 역전했다. 15일 기준으로도 전국 평균 경유가격이 1965.4원, 휘발유 가격이 1955.7원으로 경유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 경유 가격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유 재고 부족 상황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석유제품 수급난 영향으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 해소되지 않으며 경윳값 고공행진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경유차 부진은 1분기를 넘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유 승용차 판매량은 15만 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간 경유 승용차 판매량이 20만 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2008년(18만9024대)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하며 경유 모델 출시와 판매를 급속도로 줄이고 있다.
국내 완성차 5사 기준, 올해 1분기까지 판매된 경유 승용차 모델은 총 16종으로 2018년의 40종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례로 기아의 경우 2018년 39.1%에 달했던 경유 승용차 비중을 올해 1분기 11.7%까지 줄이는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차 전환에 나서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역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경유 모델의 자리를 메우고 있어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경유 승용차의 입지는 계속 좁아지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경유 승용차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을 이끌던 아우디, BMW, 벤츠의 경유차 비중은 2018년 각각 69.4%, 61.0%, 35%에 달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1.9%, 5.9%, 22.7%로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