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도 기준, 경영책임자 의무·대상 명확 등 요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 후 불명확한 규정과 정부의 엄정 수사 등으로 현장의 혼란과 기업의 경영 부담이 가중됐다며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건의서를 관계부처에 제출한다고 16일 밝혔다.
경총은 “사고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매우 강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이 1월 27일부터 시행됐음에도 뚜렷한 산재 감소 효과 없이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 혼란이 심화되고 경영 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성급히 제정돼 많은 문제점을 가진 만큼 시급히 보완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률 개정에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당장의 현장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을 우선적으로 건의한다”고 밝혔다.
먼저 경총은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구체적인 중증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대재해법 취지에 맞지 않는 경미한 질병도 중대산업재해로 간주될 수 있고, 중대시민재해 질병자 규정(3개월 이상 치료 필요)과의 정합성을 고려할 때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구체적인 중증도 기준(6개월 이상 치료 필요)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중대산업재해 사망자 범위 설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인과관계 명확성, 사업주 예방 가능성, 피해의 심각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뇌심혈관계질환 사망 등은 중대재해법을 적용받지 않도록 시행령에 관련 조문을 신설하고, 사망자 범위를 시행령 ‘별표1’에 따른 급성중독 질병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조문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러한 조문을 신설하고, ‘또는’ 문구에 따라 경영책임자에 적합한 자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 사업대표는 중대재해법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이행의 책임이 면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총은 중대산업재해 관련 경영책임자의 의무내용도 명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실히’, ‘충실하게 수행’ 등의 표현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법률만으로는 도급, 용역, 위탁 시 책임 범위가 불명확하므로 시행령에 관련 조문을 신설하고 도급, 용역, 위탁의 범위를 사업목적 수행과 관련성 있는 도급 등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의무범위의 불특정으로 인한 현장 혼란과 감독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 법령’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를 산업안전보건법·광산안전법·원자력안전법·항공안전법·선박안전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경총은 “유죄 확정 없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만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교육 수강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제재”라며 “시행령에 교육수강 대상 조문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법률상 위임 근거가 많이 부족해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경영책임자 범위와 의무 내용 등을 명확히하고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완 입법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경총은 “산업계 애로사항을 수렴한 ‘중대재해법 개정’ 건의서도 빠른 시일 내에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