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에서 CBDC 놓고 한은-금융위 샅바 싸움 재연되나

입력 2022-05-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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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에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갈등이 반복될 공산이 커졌다. 지급결제 권한을 둘러싸고 두 기관 간 샅바 싸움이 예견돼서다.

16일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세부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윤 정부는 2023년 한국형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관련 한은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자산 제도 마련(제도 수립) △가상자산 사업자 등 관리(집행) △가상사업자 검사, 제재 등을 위한 조직 확대 필요(사후 검사)가 골자다.

한은법 개정은 기존에 발표됐던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번 세부 이행계획서에 포함됐다.

정부는 주요국 중앙은행 및 BIS(국제결제은행) 등 글로벌 논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디지털 자산 제도화와 연계해 CBDC 도입을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상반기 마무리되는 한은 모의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추가 검토사항을 점검하고 관계기관 협의에 나선다.

한은 관계자는 "이종 간 플랫폼 연동이나 서버 안정화 등에 대해서 모두 준비하고 있다"라면서도 "다만 글로벌 논의 동향보다 앞서나갈 수는 없는 만큼 도입 시기는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국형 CBDC 도입의 난맥으로 금융결제원의 지위가 지목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CBDC를 제조ㆍ발행하고 참가기관을 통해 이용자에게 유통하기 위해서는 한은법에 관련 업무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 지급결제 기능에 이자 지급, 위탁 관련한 조항을 넣어 한은법을 개정해야 하는 셈이다. 통상 한국은행의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중추로 금융결제원이 꼽혀왔는데, 현재 금융위 또한 금융결제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를 밟아가는 만큼 갈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출신의 업계 전문가는 "기능적으로 보면 한국은행이 통화기능과 가격조정 기능을 모두 갖고 있어 이쪽(한은)으로 정리되는 게 맞다"면서도 "금융결제원을 둘러싸고 양 기관이 힘겨루기하는 만큼 밸런스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추진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법률안이 한은의 지급결제 권한과 충돌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는 개정안을 제안하며 전자금융시장이 빅테크ㆍ핀테크 사업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전자지급거래청산' 관련 권한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결제원이 빅테크를 통해 이뤄지는 지불ㆍ결제수단과 개인의 충전ㆍ거래내역을 수집하는데, 이를 금융위가 조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자지급거래청산업에 대한 허가권을 한은이 아닌 금융위에 두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산업, 특히 빅테크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누가 가질 것이냐가 포인트"라면서 "한은도 금융위도 관련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 첫 금융위 출신 원장인 점도 갈등의 수위를 높였다. 이전 금융결제원장은 모두 한국은행 출신이었다. 그간 원장후보추천위원회(원추위) 의장을 한은이 맡아왔고, 위원을 모두 선임해 한은 출신 원장이 금융결제원에 부임해왔다. 지난 2월 대선을 앞두고 금융결제원장 선임을 위한 원추위를 추진하다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한은법 개정안 논의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 CBDC를 맡아 관리하는 게 맞고, 금융결제원에 대한 권한을 유지하는 게 맞다"면서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만큼 어떻게 논리를 만들어가고 정부를 설득할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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