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라(UST)ㆍ루나(LUNA) 코인의 시총이 전체 국내 가상자산 시총의 2% 안팎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점 기준 글로벌 시총 50조 원에 달하는 대표 스테이블 코인(미국 달러 등 법정 화폐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된 코인)이었던 만큼 투자자 피해가 클 것으로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애초 전망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현시점 기준으로 투자자들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유하고 있는 루나 코인의 시총은 약 600억 원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의 시총이 약 3조 원 안팎을 맴도는 만큼, 루나 코인을 통한 피해액은 2% 이하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테라ㆍ루나의 운영사인 테라폼랩스가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앵커 프로토콜로 대표되는 디파이(탈중앙금융) 서비스들이 주로 글로벌 시장을 타깃팅하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접근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은행ㆍ금융투자업자 등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업에 투자하지 못 하게 한 규제 또한 피해를 줄였다고 분석했다. 겸영규제, 창구규제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해 리스크가 번지지 않은 셈이다.
테라ㆍ루나 투자자의 수는 약 26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 또한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테라ㆍ루나 코인이 투기성 투자자에 노출된 영향이다. 가격이 폭락한 만큼 저점에서 매수하려는 수요들이 존재했고, 투자자들이 다수 유입됐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루나 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면 새로운 코인으로 지급하겠다는 구제 방안을 내놓은 것도 투자자를 늘렸다"라며 "루나 코인의 가격이 0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계속해서 코인을 신규 거래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루나와 관련한 거래량과 종가, 루나와 테라를 보유한 투자자 수, 금액별 인원수, 100만 원 이상 고액 투자자 수에 대한 현황 파악을 요청했다. 투자자 피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함으로 관측됐다.
업계 전문가는 "사기ㆍ횡령ㆍ배임의 경우 그 의사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하고, 테라폼랩스가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는 만큼 국내 피해자 구제가 쉽지 않다"라며 "당국 차원에서 실태를 파악하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