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점포, 편의점 등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점포 개설 늘어
저녁 영업, 토요일 영업 점포도
시중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의 증가와 오프라인 영업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은행 지점 수를 지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4대 은행 기준으로 석 달 동안 벌써 문 닫은 지점만 89곳에 달한다.
대신 은행들은 무인점포와 하이브리드 점포 등을 새로 열고,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등 소비자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17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발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이들 4대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3030개로 집계됐다. 작년 말 3119개에서 1분기 새 89개 줄었다. 작년 1분기(3275개)와 비교하면 1년 새 245개가 문을 닫았다. 이들 은행은 연내에도 추가로 점포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금융의 디지털·비대면화가 진행되면서 은행 점포 축소는 수년 전부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은행의 점포는 총 6094개로 전년 말보다 311개 감소했다. 국내 은행 점포는 2018년 23개, 2019년 57개, 2020년 304개가 줄어드는 등 감소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발달로 고객이 영업점을 직접 찾는 경우가 급감하면서 은행으로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 게 주된 이유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급성장하면서 점포 축소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은행들은 기존 점포를 줄이면서도 점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점포’, 유통업계 등 다른 업권과 손잡은 ‘하이브리드 점포’ 등 이색 점포를 새롭게 열고 있다.
지난달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은행권 최초 공동점포를 개점했다. 두 은행은 작년 폐점된 우리은행 신봉지점 내 50여 평 규모의 영업공간을 절반씩 사용한다.
공동 점포 개점으로 고령층 등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의 금융접근성 개선,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경기 양주시와 경북 영주시 등에 공동점포를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다.
초소형 점포도 탄생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3월 개설한 디지털 익스플레스점’이다. 디지털 데스크, 스마트 키오스크, 현금자동인출기(ATM) 등 디지털기기 3종으로 구성된 무인점포다. 디지털 익스플레스점은 디지털기기 기반의 무인 채널이지만, 지역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 점포 폐쇄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새롭게 오픈하는 ‘디지털 익스프레스점’은 점포 폐쇄지역의 고령층 등 디지털 금융 취약 및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적응 시간을 두기 위한 초소형 채널”이라며 ”앞으로도 네트워크 공백 지역에서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디지털 익스프레스점을 선별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등을 활용해 영업점을 운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이 금융 특화 편의점 2호점을 열었다. 이 점포는 기획부터 금융 융합형 점포로 설계됐다.
하나은행과 CU는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금융특화 편의점 ‘CU마천파크점’을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이들은 전국 1만6000여 개 CU 점포를 은행과 결합해 디지털 라이프 플랫폼으로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한은행 역시 편의점과 손잡고 혁신 점포 확대에 나섰다. 지난달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슈퍼마켓에서 금융권 첫 혁신점포를 개설했다. 신한은행은 이처럼 유통채널 등과 결합한 새로운 점포를 연내 2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노브랜드, 이마트24 등을 운영하는 이마트와 협업하고 있다. 이달 초 국민은행은 이마트 노브랜드(No Brand)와의 제휴를 통해 디지털 제휴점포인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을 오픈했다.
평일 바쁜 업무로 인해 영업점을 방문하기 힘든 직장인들을 겨냥해 토요일에 문 여는 점포도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이달부터 ‘이브닝플러스’ 서비스 운영한다. 여기에는 저녁(9to8) 영업과 토요일(9to5) 영업이 포함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 통폐합으로 금융소외 계층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고 고객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편의점 혁신점포와 시니어고객 디지털 맞춤 영업점, 공동 점포 등 다양한 방법이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