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의 개막식을 화려하게 장식한 영화는 프랑스 감독 미셀 하자나비시우스의 ‘COUPEZ!’. 제목이 ‘모순되다’, ‘폭로되다’ 등으로 번역되는 이 영화는 일본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각색한 작품이다. 코로나19로 2년간 행사다운 행사를 개최하지 못한 칸영화제가 더 이상 “카메라(혹은 영화)를 멈추면 안 되겠다”는 영화인들의 소망을 대변하는 제목의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택한 것이다.
현지 시각으로 17일 오후 7시 드뷔시 극장(SALLE DEBUSSY)에서 제75회 칸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진행됐다. 개막작으로 상영된 미셀 하자나비시우스의 ‘COUPEZ!’는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과 헌신이 요구되는지를 컬트(cult)적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 만든 코미디 영화다.
아울러 훌륭한 영화는 ‘우연성’이라는 요소까지 스크린에 잘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영화에 대한 영화, 즉 메타영화(meta cinema)로서의 특징도 보여주는 수작이다. ‘COUPEZ!’의 원작인 우에다 신이치로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2018년 한국에 개봉해 한국 영화팬들 사이에서 ‘필람(필수 관람)’ 영화로 소문이 났었다.
개막작 상영 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화면으로 깜짝 등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칸영화제 개막 축하와 함께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전 세계 영화인들이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는 심사위원장을 맡은 프랑스 국민 배우 뱅상 랭동과 심사위원을 맡은 레베카 홀, 디피카 파두콘, 누미 라파스, 자스민 트린카, 아스가르 파르하디, 래드 리, 제프 니콜스, 요아킴 트리 등이 참석했다.
배우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경우에는 감독의 연출력보다는 배우의 연기력이 뛰어난 영화에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는 경쟁 부문에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 등 한국영화가 2편이나 진출한 만큼 황금종려상 주인이 누가 될지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헤어질 결심’은 23일에, ‘브로커’는 26일에 각각 칸에서 최초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