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러시아 디폴트가 세계 경제 미칠 영향 과소평가돼”
미국이 러시아의 미국 채권 원리금 상환 능력을 차단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전 기자회견에서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제재 유예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러시아 당국과의 모든 금융 거래를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 채권자가 러시아로부터 국채 원리금이나 주식 배당금은 받을 수 있도록 25일까지 제재 유예 시한을 정했다.
미국이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25일부터 제재가 시작될 경우 러시아는 미국의 은행이나 투자자들에게 원금이나 이자를 상환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1918년 이후 처음으로 외채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옐런 의장은 이러한 결정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질문에 “러시아는 이미 해외 거래가 차단된 상태”라고 답했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도태된 만큼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는 이미 해외에서 돈을 빌릴 수 없고, 자본 시장에도 접근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채무를 상환할 방법을 못 찾아 디폴트에 처하게 되더라도 지금 러시아 상황과 크게 달라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자본시장에서 러시아가 차단되는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채권을 상환하기 어려워지면 미지급된 외채를 루블화로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3월 외국 채권단이 접근할 수 있는 러시아 내부 특별계좌를 만들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7일까지 상환해야 할 1억 달러(약 1275억3000만 원)를 포함한 대부분의 러시아의 외채는 루블화로 지급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 무허가 계좌로 거래를 시도하는 것 역시 디폴트를 앞당길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러시아가 27일까지 1억 달러를 상환하지 못하면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그 이후부터 디폴트에 들어가게 된다.
옐런 장관은 “러시아에 최대한 피해를 줄 수 있도록 제재를 지속하면서도 세계 경제를 그로 인한 역효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전 세계 경제 전망이 좋지 않고, 불확실하며 치솟는 식량·에너지 가격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디폴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디폴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지면 러시아 신용등급과 연결된 약 60억 달러의 신용부도스와프(CDS)가 문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