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리 인하 소식에 장 초반 상승했으나 이내 하락
시장 전문가 “투자자 우려, 코로나19 → 인플레 → 경기 침체”
연준 “계속 금리 인상할 것”
뉴욕증시는 경기 침체 우려를 이겨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77포인트(0.03%) 오른 3만1261.90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0.57포인트(0.01%) 소폭 상승한 3901.3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3.88포인트(0.30%) 떨어진 1만1354.62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이날 변동이 컸다.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2.3% 하락했지만 반등해 0.01%로 상승 마감했다. 장중 1월 고점 대비 20.9% 떨어지며 약세장에 근접하기도 했다.
조지 볼 샌더스모리스해리스 회장은 CNBC방송에 “약세장은 평균 1년, 정확하게는 338일 지속된다”며 “이번 하락세 기간이 338일의 3분의 1, 112여 일 정도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2.9% 떨어졌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3%, 3.8% 줄었다. 다우지수는 8주 연속 하락해 1923년 이후 최장기간 하락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7주 연속 하락세로 2001년 이후 최장기간 감소다.
데이비드 와그너 압투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주 하락세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기업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증시는 장 초반 중국의 금리 인하 소식에 상승세를 보였지만 일제히 하락세로 전환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은 동결했으나, 5년물은 0.15%포인트 인하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인플레이션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상승률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은 그간 강세를 보인 주식에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해 대량 매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술주 같은 고성장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으나 이후 실적이 부진했던 소매업, 유통업으로 번졌다. 그간 유가 급등으로 강세를 보이던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도 이날 하락세로 돌아섰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둔화세가 향후 몇 달 동안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부동산 투자 신탁, 식료품 체인점 등 모든 분야의 주식을 매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브라리언 레빗 인베스코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WSJ에 “매운 짧은 기간 안에 투자자들의 우려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인플레이션 공포로 옮겨갔고, 이제는 성장 부진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2년 안에 미국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35%라고 보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경기 침체를 촉발하지 않으면서 통화를 긴축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는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 시장이 안정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연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한다는 입장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폭스 비즈니스에 "며칠 만에 (주식시장에) 약세장이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50bp 금리 인상이 좋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반도체 칩 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3.9%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는 각각 2.5, 3.3% 떨어졌다. 농기구자재업체 디어와 중장비제조업체인 캐터필러도 각각 14%, 4% 줄었다.
소매업체 로스스토어스는 매출 감소를 발표하면서 22% 내렸고, 사이버 보안업체 팰로앨토네트웍스는 예상치를 웃돈 실적 발표에 9% 이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