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서부지법 '수사정보 유출 혐의 판사'…기소유예 취소해야"

입력 2022-05-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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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월 심판사건 선고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유예된 현직 판사에 대한 검찰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현 수원 고법 부장판사)과 공모해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 판사가 낸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A 판사는 2016년 이 전 법원장과 공모해 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 관련 정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유예를 처분받았다.

당시 검찰은 서부지법 사무원들이 압류된 채무자 소유 물건을 특정 업자에게 보관하도록 알선해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이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기획법관으로 재직하던 A 판사와 하급직원에게 수사상황을 파악하도록 한 뒤 내용을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법원장은 1ㆍ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영장청구서 사본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법원장으로서 정당한 업무로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기획법관(A판사)은 임 전 차장 지시로 보고문건을 보냈고 (이 전 원장과의)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전 법원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판사는 이 전 법원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한 달 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자신은 수사정보를 임 전 차장에게 전달하는 등 공무상비밀을 누설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직원에게 수사상황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과 권한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헌재는 A 판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 법원장의 판결에서 A 판사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서다.

특히 A 판사가 당시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이 전 법원장을 보좌하는 기획법관으로서 소속 법원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파악하고 법원행정처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 전 차장 역시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는 법원행정처 처장을 보좌하면서 A 판사에게 집행관사무원 비리 사건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는 지위나 자격이 있다고 봤다. 공무상비밀누설죄 처벌 대상이 되는 직무상 비밀 누설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부지법 직원들의 진술도 근거로 제시했다. 직원들은 당시 사건 관련 사항을 알아보라는 요청만 있었고, 검찰 진술 내용이나 수사상황을 파악하라는 지시가 없다고 진술했다.

헌재는 "사건 관련 수사상황 파악해 보고하게 한 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피청구인(서울중앙지검 검사)은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각 혐의를 인정해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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