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웨어러블캠 잇단 도입
지난해 10월 29일 포항시청에서 택시 감차사업과 관련한 행정에 불만을 품은 60대 A 씨가 공무원 B 씨에게 염산이 든 생수병을 뿌렸다. B 씨는 눈 등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테러 현장을 목격했던 직원들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포항시는 해당 부서의 모든 직원을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 올 4월 대구지방법원은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포항시는 악성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회복지 업무 등 민원 부서에 웨어러블캠을 지난해 19대에 이어 올해 26대 배포한다.
웨어러블캠은 목걸이 형태로 착용한 후 간단한 조작으로 360도 주변을 촬영·녹음할 수 있는 장비다. 민원 담당 공무원은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를 가하는 민원인에게 “촬영되거나 녹음될 수 있다”고 고지한 뒤 사용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민원공무원 폭언·폭행 사례는 총 4만6079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3만4484건, 2019년 3만8054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민원담당 공무원들의 우려가 큰 만큼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응 방안으로 웨어러블캠을 도입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경남 함안군이 처음 도입한 후, 현재 전국 지자체 20여 곳에서 웨어러블캠을 운용하고 있다.
2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 자치구 25곳 중 웨어러블캠을 도입한 구는 3곳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 동대문구가 가장 먼저 도입했고 이어 강남구, 종로구가 장비를 구입했다. 양천·성동·은평구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캠의 사용과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염지선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원 업무를 대응하는 공직자들은 대부분 9급 공무원이 많고, 연령층도 낮다”며 “일선 공무원들은 웨어러블캠에 대한 인식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악성 민원 예방 차원에서 고려해볼 수 있지만, 공무원과 시민들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