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마들 사이에는 ‘서열’이 있다. 집안 배경과 아이들의 성적에 따라 엄마의 서열이 정해진다. 교육 특구 ‘상위동’의 초등학교 커뮤니티를 꽉 잡고 있는 사람은 유빈 엄마 변춘희(추자현). 남편은 의사고, 딸 유빈은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변춘희에게 정보를 얻으려고 혈안인 동네 엄마들은 그녀에게 꼼짝 못한다.
변춘희가 인간계 중 최고라면, 천상계에는 앙리 엄마 서진하(김규리)가 있다. 사는 곳부터 펜트하우스다. 아들 앙리는 한국계 프랑스인 아빠 덕분에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를 구사한다. 이런 상위동에 이은표(이요원)가 이사 온다. 사교육에 관심 없던 이은표는 이들 사이에서 무시당하기 일쑤. 그런데 아들 동석이 0.01% 상위 영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주변 엄마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한다.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이다.
‘그린마더스클럽’에서는 집안의 경제력이 곧 아이의 성적을 결정한다. 펜트하우스에 사는 서진하의 아들 앙리는 5개 국어를 마스터한 언어 영재다. 이들 가족은 동네 엄마들이 범접하기도 힘든 아우라를 가졌다. 의사 아빠를 둔 유빈이 1등을 도맡아 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성적을 결정하는 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열 상위 대학일수록 고소득층 자녀의 비율이 높다. ‘2020년 대학별 국가장학금 신청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소위 ‘SKY’로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경우 소득 8·9·10분위에 해당하는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56.6%이었다. 이는 기초·차상위·1~3분위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자녀(21.5%)보다 2.6배 높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에는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62.6%로 저소득층 자녀 비율(18.5%)보다 약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모의 경제력이 높을수록 사교육에 쓰는 돈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만 7~18세 자녀를 둔 가구 중 소득 5분위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87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1분위 월평균 사교육비는 8분의 1 수준인 10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소득 상위 20%(5분위)와 하위 20%(1분위)의 사교육비 차이가 8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부터 교육은 가난을 벗어날 유일한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교육은 오히려 계층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부모는 교육을 통해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자녀에게 물려준다. 은표의 아들 동석처럼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현실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샌델이 해법으로 내놓은 것은 ‘제비뽑기’다. 그는 대학 합격자를 제비뽑기로 결정하자고 제안한다. 대학을 잘 간 것이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운’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면 좀 더 겸손할 수 있고, 떨어진 이들 역시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린마더스클럽의 엄마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얘기다. 그러나 적어도 제비뽑기로 대학을 결정한다면, 유빈이나 동석이처럼 공부 스트레스에 마음을 다치는 아이들은 더 이상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