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금지, 표현의 자유 침해일까?

입력 2022-06-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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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범위 넘어서는 괴롭힘" vs "공인이라면 감수해야"
"인신공격 포함되면 모욕죄 가능" vs "표현의 자유 넓게 인정하는 추세"

▲지난달 2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문 전 대통령 반대단체 집회, 1인 시위에 항의하는 마을주민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대에 처음으로 집회금지를 통보했다. 시위대가 차량에 설치한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거나 욕설을 해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경찰과 몸싸움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8조 5항은 주거지역 집회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으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의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금지 통보에 대해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라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

김선휴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있지만 보호 범위를 넘어서는 등 괴롭힘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민·형사적인 구제 조치가 가능하다"며 "(사저 앞 시위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사적 공간에서 퇴임한 대통령이 감수해야 할 책무 이상의 것이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

김선휴 변호사는 "물론 과거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고, 살아있는 권력이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것은 위축 효과를 낼 수 있어 문제"라면서도 "문 전 대통령의 위치 등을 봤을 때 사저 앞에서 집회·시위를 못하게 하는 것은 입막음의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현직 권력이 행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최근 법원에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전 대통령은 공인이고 사저 앞 시위를 무작정 금지를 해버리면 (시민의) 정치적 의견 개진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시위 중인 보수단체 회원 등을 모욕죄로 직접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퇴임 이후 사저 앞 시위대가 매일 장송곡을 틀고 욕설과 고함을 뱉어내는 등의 행동을 해 마을 주민들이 식욕부진과 불면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이 모욕죄를 인정할지에 대해서도 법조계 내 의견이 갈렸다. 김선휴 변호사는 "적절한 비판의 차원이 아니라 인신 공격·혐오표현 등이 포함됐다면 수사와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고 봤다.

김진우 변호사는 "법원에서 최근에 공적 인물에 대한 모욕죄는 잘 인정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약간의 욕설이 섞여 있다고 바로 처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별적인 표현을 보며 판단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평산마을 주민들이 시위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진우 변호사는 "손해가 인정되려면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분명한 재산상 손해 혹은 극도의 정신적 고통이 입증돼야 하는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예외적으로 근처에서 장사하는 식당 등에서 시위로 영업을 못해 손해를 입었을 경우 법원이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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