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이(ally)는 사전적으로 ‘동맹국’, ‘협력자’, ‘지지하다’ 등을 뜻한다. 사회적으로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앨라이는 성소수자 집단에 당사자로서 속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을 말한다. 앨라이를 수식하는 용어로는 ‘성소수자에 우호적인’이라는 의미의 퀴어 프렌들리(queer friendly)가 있다.
책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의 저자 지니 게인스버그는 앨라이다. LGBTQ+(성소수자 등의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 포용 사회 만들기 운동 및 앨라이 양성에 힘쓰는 운동가이자 교육자다. 그는 2019년 1월에 LGBTO+ 권리 증진에 힘쓴 공로로 뉴욕 주의회 교육 및 인권 분야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에서 게인스버그는 ‘만약 내 자녀가 성소수자라면?’, ‘친구가 나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면?’, ‘내 직장에 성소수자 동료가 있다면?’ 등의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그러면서 성소수자와 함께 살아갈 때 갖춰야 할 자세들에 관해 논한다. 특히 그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대화의 기술을 전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남자에게는 “여자 친구 있어?”라고, 여자에게는 “남자 친구 있어?”라고 질문한다. 근데 만약 상대가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 이러한 질문은 상처가 될 수 있다. 애초에 이런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지만, 굳이 묻고 싶다면 “애인(혹은 파트너) 있어?”라고 하는 게 대안적 표현이 될 수 있다.
게인스버그는 이를 “언어에서 젠더 걷어내기”로 명명한다. 그는 책에서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여성과 각자의 목적지에 관해 대화를 나눈 일화를 전한다. 여성은 “나는 덴버로 가요. 제 딸이 결혼하거든요”라고 말했고, 게인스버그는 “우와! 축하드려요! 따님이 선택한 파트너가 마음에 드세요?”라고 다시 질문했다. 그러자 여성은 “네,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파트너’라는 말을 써주니 기분이 참 좋네요. 딸애가 여자와 결혼하거든요”라고 답했다.
게인스버그는 “만약 내가 ‘사위가 마음에 드세요?’라고 물었다면 그녀는 내 질문을 바로잡아주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네, 뭐’라고 간단히 답하고 고개를 돌렸을 수도 있다”며 “나는 ‘파트너’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그녀에게 자신의 딸이 누구와 결혼하는 것이든 내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언어적으로 알려준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시스젠더(cisgender :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이성애자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소리다. 다시 말해 이성애 규범성에 균열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시혜적인 차원에서 배려하는 게 아니다.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자 상식이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끝으로 그는 “젠더를 걷어낸 언어를 사용할 경우 우리는 누군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상황을 피할 수 있고,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시스젠더 이성애자로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 아님을 우리가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