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입국자 격리도 면제...원숭이두창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

입력 2022-06-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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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5월 2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입국자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원숭이두창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6일(현지시각) 기준 세계 29개국에서 1019명의 원숭이 두창 사례가 보고됐다. 다행히 아직 국내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발생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8일부터 입국자 격리 의무가 없어진데다 공기 감염의 위험성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해외 유입 등에 대비해 원숭이두창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동급인 ‘2급 감염병’으로 지정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이미 겪은 국민들은 또다시 찾아온 감염병 원숭이두창에 불안에 하고 있다.

‘1호는 안 돼’ 초기 감염자 되기 두려워하는 사람들

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다. 발열과 두통, 근육통, 림프샘염, 피로감 등 천연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피부에 병변이 생긴 뒤부터 전염력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2~4주가 지나면 자연 회복되지만, 감염 취약 계층은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명률은 3~6% 선이지만, 의료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는 치사율이 10%에 이른다.

▲(연합뉴스)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원숭이두창 초기 확진자가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1호 확진자 등 초반 확진자들의 사례 때문이다. 당시 확진자들의 동선은 모두 공개됐고, 그 과정에서 일부 확진자들은 사회적 낙인이 찍히며 이른바 ‘신상털기’를 당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 역시 원숭이두창 관련 소식에 “1호만 되지 말자”며 “초기에 걸리면 동선 등이 공개되는 ‘공개처형’을 또 당해야 한다”는 등 경계하고 불안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뉴시스)

“걸리면 동성애자로 찍히는 거냐” 성 소수자 낙인 우려도

특히 원숭이두창의 초기 확진자들이 동성애자였다는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 효과가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DC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등에게서 높은 발병률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원숭이두창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감염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원숭이두창은 성적 접촉뿐만 아니라 감염자의 발진과 종기, 딱지 등에 직접 접촉하거나 사용한 침대·침구·수건 등 물건에 밀접 접촉해도 감염될 수 있다. 또 감염자의 호흡기 비말과 타액 등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는 동성애자 혐오 등 2차 가해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에이즈(AIDZ, 후천성면역결핍증)를 선례 삼아 동성애자들이 문제라는 혐오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원숭이두창에 걸리면 동성애자가 아니라도 동성애자 취급을 받게 되는 거냐”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사회적 낙인' 전염병 확산 부추길 수도

전문가들은 ‘누구나 확진자가 될 수 있는 문제’라며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낙인 효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전염병이 더 확산할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초기 감염자들이 신천지예수교회나 이태원 클럽에서 다수 나오자 발생한 ‘낙인 효과’ 때문에 ‘숨은 감염자’가 크게 늘었다.

매튜 카바나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차장은 “특정 집단에 대한 억측과 비난은 유행성 질병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신뢰를 훼손시키고 대응 능력을 방해한다”면서 “지금까지 경험에 따르면 이러한 오해는 사람들의 공포심에 불을 지르고 적절한 치료를 꺼리게 한다. 또한 감염 사례를 확인하려는 방역당국의 노력을 방해하고, 효과적이지 못한 징벌적 조치를 취하도록 부추긴다. 이로써 적절한 대응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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