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인플레·ECB 금리 인상 예고에 유럽증시도 하락
OECD “회원국 물가 34년만 최고, 성장 전망 하향”
세계은행 “코로나 발생 2년여 만에 또 위험” 경고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증시는 경기침체 불안감에 급락하며 패닉에 빠졌고, 세계은행(WB)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몇 년간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전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2.73%, 2.91%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52% 급락했다.
이들 지표는 한 주간 각각 4.58%, 5.05%, 5.60% 하락했고, 특히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1월 이후 최악의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
증시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6% 상승하며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경기침체 우려로 패닉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6%를 기록했는데, 두 지표 모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를 웃돌았다.
블리클리어드바이저리의 피터 부크바르 애널리스트는 5월 CPI를 “충격적인 수치”라고 평했고, RBC캐피털의 로리 칼바시나 애널리스트는 “어쩌면 지금을 신저가라고 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유럽증시도 충격에 빠졌다. 독일 DAX지수는 3.08% 급락했고 영국 FTSE100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는 각각 2.12%, 2.69% 하락했다.
특히 유럽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의 11년 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 예고가 겹치면서 불안이 커졌다. ECB는 전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7월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고 9월엔 더 큰 폭으로 올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몇몇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달 초 경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일부 국가에서 감지되던 ‘S공포’가 세계 전역으로 퍼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를 기록해 1998년 9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연간 전망치도 8.8%라는 기록적인 수치로 예측됐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OECD는 연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5%에서 3.0%로 낮췄고 WB 역시 최근 4.1%에서 2.9%로 내렸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전날 WB 블로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글로벌 경기침체를 일으킨 지 2년이 조금 넘은 지금, 세계 경제는 다시 위험에 빠졌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은 몇 년간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현 상황은 저소득·중간소득 경제국에 불안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선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많이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