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베트남, 쌀 수출가 인상 협정 체결
인도 수출 금지 가능성 촉각
전문가 “비싼 밀이 쌀로 대체되면 수요 증가할 것”
글로벌 식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각국이 최근 수개월간 식량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밀과 옥수수 등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엔 쌀이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밀과 기타 곡물, 육류, 식용유에 이르기까지 많은 식품 가격이 폭등한 상태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국제 밀 가격은 현재 부셸당 10.8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2월 말까지만 해도 8달러를 밑돌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하면서 급등했다. 지난달 기록한 최고가인 1277달러에서 소폭 내려온 밀 가격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속에 이번 주 다시 오름세다.
전쟁 직전 부셸당 7달러를 넘지 못했던 옥수수 가격은 8달러를 오르내리고 있고, 같은 기간 설탕 가격은 파운드당 18센트에서 지금은 19~20센트를 넘나드는 등 다른 식품 가격도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치솟는 가격에 인도는 밀, 우크라이나는 밀과 귀리, 설탕, 인도네시아는 팜유에 대한 수출을 각각 금지하는 등 곳곳에서 보호주의는 계속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쌀 가격도 상승하면서 곡물 시장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미 지난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5월 식량가격지수에서 국제 쌀 가격은 5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5월 기록한 100파운드당 17.8달러는 1년 만에 최고치이기도 하다.
이에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에선 움직임이 바빠졌다. 태국과 베트남은 지난달 말 자국민 농민 보호를 목적으로 쌀 수출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두 나라는 각각 세계 2, 3위 쌀 수출국이다. 태국 정부 대변인은 “쌀 가격을 올리고 농민 소득을 높이며 세계 시장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쌀값은 20년 넘게 저렴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생산원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쌀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카르텔을 설립하려는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식량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구매자와 소비자 모두에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인도에선 밀 수출 금지에 놀란 무역상들이 최근 2주에 걸쳐 3개월 치 쌀 100만 톤을 미리 사들였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 양대 쌀 생산국으로, 두 나라는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쌀이 식량대란의 새로운 품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대적으로 아직 가격이 급등하지 않은 쌀이 대체재로서 관심을 받게 되면 밀이나 옥수수처럼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데이비드 라보드 연구원은 “인도가 밀과 설탕, 그다음을 생각함에 따라 향후 몇 주 안에 쌀에 대한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염려된다”며 “이는 주요 수출국들엔 예상치 못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델리에 있는 한 무역상은 “인도산 쌀은 다른 나라보다 30% 이상 저렴하다”며 “인도가 수출을 제한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구매자들이 매우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쌀 구매를 서두르는 이유”라고 밝혔다.
노무라증권의 소날 바르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밀 가격이 상승하면 밀이 쌀로 대체돼 수요가 증가하고 기존 재고가 줄어들 수 있다”며 “앞으로는 쌀 가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전 세계 가격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각국으로부터 더 많은 보호무역주의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 세계 쌀 재고가 충분하고 인도에선 올여름 수확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쌀 가격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낮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