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 서로 안전 보장 못 해
러시아 “서방 제재 완화 없이는 흑해 봉쇄 해제 없어”
아프리카 등으로 갈 2000만톤 곡물 운송 막혀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와 터키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출하는 데 대한 협상에서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로써 사회경제적 혼란은 물론 전례 없는 기아와 빈곤의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 관련 소식통은 당사국들이 곡물 운반 선박의 안전을 확보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오데사 항구로 가는 길을 치우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수출 경로와 해안 안전을 위해 터키 혹은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부터 오데사 항구와 그 인근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흑해 연안에 기뢰를 설치했다. 그러나 곡물 수출을 위해 이를 제거할 경우 러시아군이 해당 지역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이 유럽연합(EU) 내 항구 접근을 허가하지 않으면 흑해 봉쇄 해제를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곡물 운송 선박에 보험을 들 방법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15주간의 전쟁 동안 흑해와 아조우해 등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 통로를 막음으로써 아프리카 등으로 갈 2000만 톤의 곡물이 항구에 머물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올해 수확될 예정인 5000만 톤 역시 저장 공간 부족으로 버려질 상황이다.
사만다 파워 미국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농작물의 3분의 1을 낭비하게 됐다. 전 세계 시장에서 밀, 옥수수, 보리 등 2700만 톤의 곡물이 사라질 지경”이라며 “전 세계 4000만 명 사람이 식량 불안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서 곡물 60만 톤을 도둑질해 일부를 제삼국에 수출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침묵의 외교가 필요한 순간”이라며 “수많은 사람의 복지가 이 협상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