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정원을 늘려 반도체 등 산업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상은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셈법입니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경북대 총장) 회장은 14일 이투데이와 만나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 논란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정원 규제 완화만으로 관련 인재양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정원을 확대해서라도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회장은 “적극적인 예산과 학사 공간 활용, 기자재와 실험실 등이 반드시 마련·확보돼야 하는데 이러한 준비 없이 단순히 반도체 인력 양성만 한다는 구상은 의미가 없다”며 “실험 및 실습을 할 수 있는 대학이 얼마나 되는지 사전 조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 위주로 정원 규제 특례를 주면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도권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가 ‘지방대 육성’이라는 윤 정부 국정과제 기조와 충돌한다”며 “반도체 인재양성과 지방대 육성을 함께 달성하려면 균형 발전 대원칙을 세우고 그 안에서 고등교육 정책을 짜야 한다. 그런데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은 그 원칙을 흐트러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거점국립대학’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홍 회장은 “반도체 공학은 재료공학, 기계공학, 화학과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며 “이를 지역거점국립대별로 특화해 인재를 양성하면 지역 소멸도 막을 수 있는 ‘일석이조’ 정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홍 회장은 “단순히 인재양성 문호만 열어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책을 수립할 때 눈앞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그동안 추구해온 대학구조조정, 지역균형발전, 대학의 질 및 국제 경쟁력 제고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지방으로 유인할 대책 등 지방대 소멸을 막을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청사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7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전 부처가 인재 양성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교육부를 찾아 “첨단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입시에서 각 대학 정시모집 원서 접수 마감 시각을 기준으로 보면 지방 사립대 8곳(대기업 계약학과인 포항공대 제외) 가운데 선문대·극동대·중원대 반도체학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